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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20년까지 30基 더 만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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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04면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는 미래의 청정 에너지에만 매달려 있는 ‘그린 로맨티시즘(green romanticism)’에서 벗어나 원자력 에너지로 눈을 돌려야 한다.”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인 제임스 러브록(87)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2월 원전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두려움이 불합리하게 과장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원자력을 ‘희망의 불꽃’으로 표현했다. 환경운동의 선구자로서 원자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일관하던 러브록이 ‘전향’했다.
 
인도, 6기 건설 중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1979년)와 옛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1986년) 이후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원전을 기피하던 각국이 다시 원전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국정연설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원자력의 이용을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고유가가 경제발전에 지장을 주고 특히 자동차 연료비가 올라 국민의 불만이 쌓이는 문제점을 원자력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2005년 8월 에너지법을 개정해 30년 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했다. 새 에너지법은 ▶원전 인허가 지연에 의한 정부 규제로 건설이 늦어질 경우 재정손실 보전 ▶세금 감면 혜택 ▶원전 건설 비용에 대한 정부의 채무보증 등을 약속하고 있다. 원자력발전 회사들은 올해 14기, 2009년까지 27기의 건설 허가를 따내기 위해 준비작업 중이다.

세계는 원전 건설 붐원전 건설 붐

최근 들어 각국이 원전 건설을 위한 여건 조성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1970년대의 원전 건설 붐이 재현되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은 30개국 438기. 또 11개국에서 31기가 건설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가동 원전이 2020년에 500기를 넘어서고,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16%에서 2030년에 27% 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건설에 적극적인 지역은 아시아다. 세계 2위의 원유 수입국으로 ‘에너지의 블랙홀’인 중국은 부족한 전력을 원자력발전으로 해결할 계획을 세워 원전 수출시장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1기(설비용량 7587㎿)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4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다. 2020년까지 30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인도는 운영 중인 17기의 원전 이외에 6기를 건설 중이다.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도 2020년을 전후해 원전을 가동할 계획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26개 원전 건립계획을 승인했다. 푸틴은 “러시아를 위대한 강대국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최우선 과제가 원자력”이라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전기 생산에서 원전의 비중을 현재의 15%에서 2030년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59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프랑스는 2012년까지 1기를 추가로 건설해 모두 60기의 원전을 가동할 예정이다. 전력 생산의 78%를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프랑스는 이탈리아 등 주변 10개국에 전력을 수출하고 있다. 핀란드는 200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45억 유로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의 건설이 한창이다. 핀란드는 환경보호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1982년 7월 이후 원전 건설이 끊겼다.
루이스 에차베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에너지기구(NEA) 사무총장은 “석유 가격이 배럴당 45달러를 넘을 경우 원자력 발전이 훨씬 경제적이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원전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각국은 원전 건설 시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목표는 ‘운전 중이나 사고 때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 외부환경에 절대로 누출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전 건설비의 30% 정도를 안전설비 구축에 사용하고 있다.

원전 건설 붐이 일면서 원전의 연료인 우라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000년 초 1파운드(0.454㎏)에 7달러 선이던 국제 우라늄 현물가격이 133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이 우라늄 매집에 나서면서 가격 오름세에 불이 붙었다. 우라늄 소요량은 세계적으로 연간 6만5000t이나 생산량은 4만t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전력회사 등은 1970~80년대 원전 건설이 취소될 당시 갖고 있던 우라늄과 미·소 냉전시절 제작된 핵탄두에서 해체된 고농축 우라늄을 희석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원전 르네상스’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정책위원은 “원자력이 경제적이고 환경친화적이라면 지원정책들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며 “독일·영국·스웨덴 등 주요 국가들이 정치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방침대로 조만간 원전을 폐쇄하기로 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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