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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전만 중수로, 나머진 모두 경수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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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14면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더 모르겠다.”
지난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이 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과의 문답 도중 한 말이다. 비전문가들이 원자력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원자력 관련 용어와 개념을 정리했다.
 
핵분열

원자력 쉽게 이해하기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뤄진다. 원자는 원자핵(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과 그 주위를 도는 전자로 구성된다. 우라늄과 같은 원자핵은 중성자를 흡수하면 핵이 쪼개진다. 이를 핵분열이라고 한다. 이때 많은 에너지가 나온다. 1g의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 석탄 3t이 탈 때 내는 에너지와 맞먹는다.
핵분열이 일어날 때 많은 에너지와 함께 2~3개의 중성자도 함께 나온다. 그 중성자가 다른 원자핵에 흡수되면 또다시 핵분열이 일어난다. 이렇게 연속적으로 핵분열이 일어나는 현상을 연쇄 핵분열이라고 한다. 원자력은 연쇄 핵분열이 일어날 때 생기는 에너지다.
 
우라늄 농축

우라늄은 석탄처럼 땅속에 묻혀 있다. 자연 속에서 채광한 천연 우라늄에는 속도가 낮은 중성자를 맞이해 핵분열이 가능한 것(우라늄235)과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것(우라늄238)이 있다. 천연 우라늄은 대부분 핵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우라늄238이다. 우라늄을 원자력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하려면 우라늄235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 작업이 농축이다.
저농축은 원자력발전을 위해 우라늄235의 함량을 2~4%로 높이는 것이다. 고농축은 우라늄235의 함량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다. 핵폭탄에 사용되는 우라늄은 90% 이상이다. 고농축 우라늄은 연쇄 핵분열이 더욱 활발히 일어나 핵무기를 만들 때 쓴다.
 
연료봉과 핵연료 다발

농축 우라늄은 담배 필터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이를 ‘펠릿(pellet·사진)’이라고 한다. 펠릿 한 개에서 한 가정이 8개월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나온다. 이 펠릿을 집어넣는 통이 연료봉이다. 연료봉을 여러 개씩 묶어 ‘핵연료 다발’을 만든다. 핵연료를 집어넣는 곳이 원자로다.

감속재

원자로 안에서 우라늄과 같은 원자핵이 중성자를 쉽게 흡수해 핵분열 연쇄반응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중성자의 속도를 늦춰주는 것이 감속재다. 주로 물(경수·중수)이나 흑연 등이 사용된다. 원자로는 핵분열 연쇄반응이 급격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이러한 제어기능은 제어봉이 담당한다. 그러나 핵무기는 이렇게 원자핵 반응의 속도를 조절하지 않는다.
 
경수로와 중수로

원자로는 사용하는 감속재와 냉각재에 따라 나뉜다. 감속재로 중수를 사용하면 중수로, 경수를 사용하면 경수로다. 경수는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보통의 물이며, 중수는 이보다 무겁고 끓는점과 어는점이 높은 물이다. 천연수의 약 0.015%가 중수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상용 원자로는 미국에서 개발한 ‘가압경수로’와 ‘비등경수로’, 영국에서 개발한 ‘고온가스 냉각로’와 캐나다에서 개발한 ‘가압중수로’ 등이 있다.
 
경수로와 중수로 핵연료의 차이

사각형의 경수로용 핵연료 다발(사진)에는 236개의 연료봉이 묶이고 원통형 중수로용 핵연료 다발에는 37개의 연료봉이 묶인다. 경수로에는 모두 177개의 핵연료 다발이, 중수로에는 4560개의 핵연료 다발이 장전된다.
중수로에선 매일 16개의 핵연료 다발이 교체된다. 타고 남은 핵연료(사용후 핵연료) 16개를 꺼내고 새로운 핵연료 16개를 채우는 것이다. 중수로는 1950년대 캐나다에서 개발됐다.
 
IAEA 감시 더 심한 중수로

중수로는 매일 핵연료를 갈아넣기 때문에 핵폭탄을 만들기 쉽다. 핵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조금만 연소시키고 꺼내 재처리를 해야 하는데 중수로는 원자로를 정지시키지 않고 핵연료를 꺼낸다. 반면 경수로는 1년에 한 번 정지시킨 뒤 통째로 핵연료를 꺼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가 심해 경수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몰래 빼돌리는 것은 이 기구에 가입해 있는 한 불가능하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 20기 가운데 중수로형인 월성 원자력발전소(1~4호기)를 제외한 16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경수로형이다.
 
재처리

핵연료로서의 역할을 한 뒤 원자로에는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가 남아 있다.
플루토늄239는 우라늄이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계에 없던 것이 생긴 것이다. 플루토늄은 우라늄235와 같이 핵분열을 하며 이것으로 발전을 할 수도 있고 핵무기를 만들 수도 있다.
플루토늄을 이용하려면 타고 남은 핵연료에서 플루토늄만 따로 빼내기 위한 공정이 필요하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유효 성분을 다시 활용하기 위해 추출하는 작업을 재처리라고 한다.

핵연료주기

땅속에 있던 우라늄을 핵연료로 만들어 전기를 만드는 데 쓰고, 사용하고 난 후의 핵연료를 재처리해 다시 활용하는 우라늄의 일생을 핵연료주기라고 한다.
 
고준위폐기물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배출된다. 사용후 핵연료 자체 또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공정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준위가 높은 물질을 고준위폐기물이라고 한다. 고준위폐기물은 지하 500m 이상에 위치한 안정된 암반 내에 처분장을 만들어 생태계로부터 격리해야 할 만큼 독성이 강하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방사선 작업 시 사용한 작업복, 장갑, 각종 교체부품 등 방사능의 세기가 낮은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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