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복싱 마피아가 주물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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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워싱턴=문창기특파원】주먹 한방에 수천만 달러의 거액이 오가는 미국 프로복싱계에 범죄조직 마피아가 개입된 것이 사실로 밝혀져 충격을 안기고있다.
뉴욕 마피아단체 감비노가의 행동파 보스였던 살바토르 그라보노는 2일 프로복싱계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열리고있는 상원의회 조사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지난 20년간 프로복싱에서 거래되는 돈이 천문학적인 액수로 불어나면서 복싱 흥행시장이 범죄 조직들의 주요 활동무대가 돼왔다』고 폭로했다. 그라보노는 마피아가 예전에는 도박판을 벌이고 승부를 직접 조작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었으나 최근엔 매니저를 맡아 선수가 받는 대전료에서일정액을 챙기는 손쉬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라보노가 마피아 조직의 일원으로 지목한 프로복싱 매니저는 지난달 6일 WBC웰터급 타이틀을 상실한 버디 맥거트의 매니저 알 세르토.
그라보노는 이외에도 세계적인 프러모터 돈 킹과 트레이너 로 듀바, 80년대 대머리 복서로 유명했던 마빈 해글러 등이 또 다른 마피아조직 제노베세가와 밀접하다고 샅샅이 폭로했다.
수사요원들의 삼엄한 경호 속에 청문회에 나온 그라보노는 범죄단체가 프로복싱에 개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에 대한 질문에『선수들의 대전료를 대폭 낮춘다면 범죄꾼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일 복서가 범죄조직과 어떤식으로든 관계를 맺게되면 빠져 나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라보노의 이번 증언은 미국 복싱시장 흥행을 주도하고있는 돈 킹이 마피아와 관련돼 있다고 지난 91년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가 폭로한데 이어 나온 것으로 범죄조직의 프로복싱 개입사실을 처음으로 확인시켜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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