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비리,교육부는 뭘 했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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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상지대 설립자인 김문기씨는 대학을 이용해 어떤 부정,어떤 비리를 저지를 수 있고 또 얼마만한 치부를 할 수 있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악덕 재단주의 전형이다. 재단 이사장인 김문기씨가 한 일이란 학교를 세운 다음 등록금과 부정입학으로 생긴 검은 돈을 몽땅 챙겨 부동산투기를 했다는 사실뿐이다. 그는 학교를 위해서 단 한푼의 돈을 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지출할 돈은 최소화하고 벌어들일 돈은 극대화했다. 편입학을 통해서 뒷돈을 받고 교수의 월급은 가능한한 낮게 책정하고 사무직원의 숫자는 가능한한 줄였다. 교직원간에 물의가 일어나자 재단주의 친인척을 요직에 앉혀 이른바 족벌체제의 재단 전횡을 부렸다. 말을 듣지 않은 교수가 있으면 몰아내고 윽박질러 사태를 무마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대책마련도 없었다.
이런 엄청난 사학 비리가 아주 옛날도 아닌 멀어야 10년전,가깝게는 1년전에 모두 일어난 일이다. 60년대 우골탑시절의 비리가 아니라 오늘 우리 주변에서 무법천지처럼 버젓이 일어난 사실들이다.
그렇다면 대학의 학사행정과 감사기능을 맡고 있는 교육부는 무얼했던 것인가. 이미 85년,90년,92년 세차례에 걸쳐 교육부가 상지대를 감사했지만 그때마다 비리는 덮이고 유야무야로 끝나버렸다. 이러니 사학재단과 교육부간에 뭔가 보이지 않는 유착관계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게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대학정책을 책임진 교육부 고위관리와 김씨간에 토지거래까지 있었다니 이런 의혹은 더욱 짙어질 수 밖에 없다.
사립대학의 재정형편이 어렵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단이 하기에 따라서는 전입금도 더 늘릴 수 있고 학교운동에 대한 기여도 더욱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우리는 상지대에서 보고 있다. 등록금으로 들어온 돈을 부동산 사재기에 급급하지 않고 성실하게만 집행하면 지금 보다 훨씬 양호한 학교재정을 꾸려갈 수 있다는 반증이 된다. 또 그 많은 부동산을 처분하면 궁핍한 학교재정을 도울 길은 얼마든지 있다.
교육부의 대학정책은 이런 방향에서 학교재정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부단히 강구하고 사학재단을 그 방향으로 유도해야 옳았다. 그렇지 않고 이에 역행하는 비리와 부정에 대해서는 추상같은 제재를 가했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경우에 따라서는 대학의 자율을 보장한다는 이름으로 이들의 부정에 눈감았고,감사와 단속이란 맡겨진 역할마저 포기한 것은 아닌지 차제에 냉정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교육개혁을 교육부 내부의 개혁을 통해 이루는 계기로 삼는 자정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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