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상·정을병등 문인 및 참여 세미나· 작품품평회 통해 농촌이해 넓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정지용의 시『향수』가 최근 노래로 널리 애창되는 배경에는 도시의 메마름이 있다.
도시 사람들은 막연하게 그들의 고향, 농촌이 이런 메마름을 촉촉이 적셔주리라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정말 막연한 것일 수도 있다. 오늘의 농촌은 어떤면에서는 도시보다 더 말라 비틀어져 있다.
한국농민문학가협회(회장 이창환·61)는 누구보다 이같은 농초의 현실을 잘 알고, 농촌을사랑하며 그리워하는 문인들의 모임이다. 이 모임은 지난 90년2월 김진희(56· 농민문학 발행인)· 권순하(56· 한국교단문학회장)씨 등의 주도로 12명의 창립학원으로 출발했다.
이후 정을병· 구상등 기존 문인들은 물론 농민· 교사 등이 꾸준히 이모임에 참가, 현재 회원은 2백10여명에 이른다. 이중 회장인 이씨를비롯, 50여명의 회원은「전업농부」로 낮엔 거름을 주고 밤엔 글을 쓰는 사람들이다.
회원들은 농촌에 대한사랑, 농촌의 현실등을 소설· 시· 수필 등으로 그려내는 일 외에도 매년 농민문학 세미나와 농민문학가 추모제 등을 열어 농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또 전국 각지를 돌며 문학강연회 등을 개최하고문학에 꿈을 가진 농민들의 등단작업도 돕고있다.
현실참여파· 전원파 등회원들의 성향이 가지각색임에도 친목만은 최고라는 것이 이 모임의 자랑. 협회 상무이사 김진희씨는『건수가 없으면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만날 정도로 회원간 부정기 회합이 많다』고 귀띔한다. 이 같은 잦은 회합으로 서울 독립문 근처의 협회 사무실 한켠은 아예 주방으로 개조돼 술· 밥· 안주를 「즉시 대렁」할 수 있도록 해놨다. <김창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