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에 한나라만 올릴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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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선의 틀을 짜는 작업을 해온 국민경선추진협의회(국경추.공동대표 이목희 의원)는 18일 국회에서 "9월 15일부터 한 달간 전국을 순차적으로 돌며 투표를 실시하는 국민 참여 경선을 치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혁규.천정배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 합의에 동의했다.

국경추와 각 주자 측은 20명에 육박하는 범여권 주자의 숫자를 일정 규모로 줄이기 위한 예비경선도 실시키로 했다. 골프로 치면 컷 오프인 셈이다. 예비 경선과 관련한 세부 사항은 대통합 신당의 창당준비위원회에서 결정키로 했다. 창준위에는 손 전 지사 측과 열린우리당 탈당파,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이 이끄는 창조연대 측이 참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의 대통합신당 참여 방식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범여권 주자들이 큰 틀이나마 후보 선출 방식부터 합의한 것은 촉박한 대선 일정 때문이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국민 참여 경선은 3월 제주를 시작으로 4월에 후보 선출을 마쳤다. 그러나 올해는 통합 작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민심이 교류하는 추석 명절(9월 25일) 때도 범여권의 후보를 선보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국경추의 한 관계자는 "추석 밥상 화제에 한나라당 후보만 올려놓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최종 후보를 추석 전에 뽑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9월 15일 이전에 전국을 도는 국민 경선이 시작되면 추석 민심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경선안에 따르면 범여권은 2002년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적은 곳에서 많은 곳으로▶ 남에서 북으로▶ 동에서 서로 이동하는 경로로 순회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다만 시일이 촉박해 16개 시.도를 2~3개씩 묶어 진행할 공산이 크다.

선거인단 규모는 2002년에 비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과거 민주당은 대의원과 당원 50%, 일반 국민 50%의 참여 비율을 정하고, 7만 명가량의 선거인단을 꾸렸다. 이번엔 당원과 국민의 구별을 두지 않고 신청을 받은 뒤 가급적 많은 인원을 투표에 참여시킨다는 전략이다.

1차 관문인 예비경선은 한나라당 경선이 치러지는 다음달 19일 전후가 검토되고 있다. 몇 명을 어떻게 뽑을지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론조사만으로 하거나 여론조사에 별도 선거인단을 통한 투표를 가미하는 형태가 논의되고 있다.

범여권은 이에 따라 ▶다음달 5일 대통합신당 창당 ▶다음달 19일 전후 예비경선 ▶9월 15일부터 전국 순회 경선 ▶10월 14일 대선 후보 확정 등의 일정을 짰다.

◆바빠진 주자들=손학규 전 지사는 이날 지지모임 출범식이 열린 경남 창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범여권 주자들이 한나라당 출신임을 문제삼고 있는 데 대해 "어떻게 정권을 만들자는 것인지, 정권을 만드는 데 어떤 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유류세 25% 인하 공약을 발표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관련해 "심층 조사를 해보니 저보고는 '친노(親 노무현)'라는 견해보다 '친DJ(親 김대중 전 대통령)'라는 게 많더라"며 "유 장관과 나는 색채나 성격이 많이 다르고 출신 지역도 유 전 장관은 경상도 경주이고 저는 충청도 두메산골"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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