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호의원 땅투기 “심했다”/거액재산 형성과정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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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도공사장때부터 부인 앞세워 축적/고전수법으로 시작 전문가 경지로
재산공개를 계기로 그동안 각종 비리 사실이 폭로돼 커다란 사회적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국회의원들 가운데서도 정동호의원(58)은 전문투기꾼 뺨칠 정도의 별난 방법을 총동원해 「이재의 귀재」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위장전입 방법을 통한 절대농지 구입,고위직책을 이용한 부동산투기,소유재산의 축소·은폐 등­.
지금까지 다른 의원들이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진 갖가지 묘책을 한꺼번에 이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57년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70년대후반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낸뒤 86년 육군중장으로 군복을 벗기까지 거의 30여년을 군대에서 보낸 그를 두고 사회물정에 어두우리라는 우려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도로공사사장·국회의원 등 사회적 지위 때문에 부동산투기의 전면에 나서기 어려웠던 정 의원은 이 방면에 남다른 수완을 가진 부인(54) 등 친인척을 동원했다는 소문이다.
정 의원의 부인은 남편의 군대 인맥을 통해 알게된 이모씨(55)와 직접 생수사업을 벌이고 서울랜드에 식당을 분양받아 경영하면서 탁월한 안목으로 전국의 수익성있는 부동산을 찾아 사 모으는 등 재산축적에 특별한 열성과 재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8년 금싸라기 땅으로 알려진 서울 역삼동 678 대지를 매입할때는 6개월여동안 네차례에 걸쳐 5명의 소유주들로부터 끈질기게 땅을 사 모으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다.
정 의원이 부인과 함께 본격적으로 재산늘리기에 나선 것은 86년 국회국방위원들과 현역장성들이 육군참모총장 주최로 열린 회식자리에서 충돌,물의를 빚었던 이른바 「국방위 회식사건」의 책임을 지고 군대를 떠나 한국도로공사 사장직을 맡으면서부터.
정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맡은 직후인 86년 11월 국가의 공공사업으로 집이 철거된 사람에 한해서는 그린벨트안에도 건축허가를 내주는 제도를 교묘히 악용,부인과 처남 명의로 경기도 하남시 감이동일대 그린벨트 임야를 구입한뒤 같은해 12월 중부고속도로 건설관계로 철거된 김모씨(30·여) 등 철거건축물 4채의 딱지 4장을 구입,대지 60평·건평 60평짜리 호화빌라 4채를 지은 것으로 재산증식에 입문했다.
빌라건축으로 땅값이 뛰어 20여억원의 땅값차익을 얻은 정 의원은 87년 9월에는 아들을 위장전입시켜 절대농지를 사들이는 전형적인 투기방법을 이용했다. 그는 생수수맥이 있는 충남 천안군 성남면 일대 절대농지 1천9백평을 김모씨(81)로부터 5천∼1만5천원을 주고 사들였고 이 땅은 생수수맥이 발견되면서 현재 평당 10만∼2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정 의원은 또 한국도로공협회회장이던 90년 장남·3남 및 장녀 명의로 서울 논현동과 성수동 일대에 시가 1억∼1억5천만원 상당의 18∼22평형 연립주택을 4가구나 구입했으며 이들중 대부분이 10년 이상된 낡은 건물로 재개발을 노리고 부동산 투기목적을 위해 구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87년 7월 중부고속도로 개통 당시 서울기점 72㎞ 상행선상에 위치한 충북 음성군 중부주유소 운영권을 자신이 사단장 시절 부하였으며 동향인 유정식씨(48)에게 수의계약 형식으로 넘겨 주었다. 정 의원은 당시 유명유류판매대리점들이 이 주유소에 대해 영업신청서를 냈는데도 현역중령으로 사업경험과 자본이 전혀없는 유씨에게 영업권을 내주어 실제 소유주가 정 의원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드러나는 그의 투기수법을 보고 있노라면 모언론사에서 실시한 앙케트 조사에서 자신의 생활신조를 「삼고삼성」이라고 밝힌 정의원의 참뜻을 헤아릴 길이 없다.<유철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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