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정당·무소속은 「공개」안하나/박영수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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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재산공개의 바람이 청와대와 관가를 뒤흔들고 정가를 온통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다. 민자당 의원들은 아예 넋이 나간 표정이고 민주당 의원들은 내달 6일의 공개를 앞두고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빗발치는 비난전화를 피하거나 「공개준비」를 위해 의원들은 의원회관을 거의 비워놓다시피 하고있다.
하지만 똑같은 국회의원이면서 소용돌이를 옆에서 지켜만 보는 사람들이 있다. 김동길의 국민당,이종찬의 새한국당,박찬종의 신정당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들은 무풍지대에서 여론의 시선을 피하는 반사이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야말로 몇번의 당을 옮기는 과정에서 「깨끗한 정치」「새로운 정치」를 입버릇처럼 외쳤던 사람들이다. 그때의 말들,약속들을 잊지 않았다면 이들이야말로 앞장서 재산공개에 동참해야 할 사람들이다.
물론 이들이 정치의 큰 흐름에 뛰어들지 못하게 발목을 잡아끄는 당내 사정은 다들 있을 것이다.
국민당은 천막신세에서 정주영씨와 싸움을 하고있고 신정당은 소송문제와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새한국당 역시 대선기간중의 어지러운 행보 때문에 후유증을 치르는 중이며 무소속 의원들은 의사표출에 무력감을 느낄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에서 명분은 대단히 중요하다. 깨끗한 정치·투명한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높은 지금 이들이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해서 죄어오는 의혹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알다시피 박철언의원은 6공때 현재 민자당에서 물의를 빚고있는 금진호·이원조의원 못지않게 힘도 쓰고 이권개입도 한 것으로 알려져있고 양재동 자택만 해도 여느 여당의원 못지않은 호화빌라다. 김복동의원도 박 의원과 쌍벽으로 거론될 수 있고 김용환·이자헌·장경우의원의 재력규모에 대해서도 관심이 적지않다. 또 대선중 정주영후보와 50억원 수수설이 있었던 이종찬의원,정주영후보를 대선에서 그리도 끔찍이 대변했던 김동길·한영수·양순식의원의 재산도 궁금하다.
박찬종신정당대표라면 먼저 재산을 공개하고 「깨끗한 정치」를 때맞춰 주장할 법도 하다. 군소정당·무소속의원들도 재산공개에서 선량으로서의 책임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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