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두터움과 '느낌' 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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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 2국 하이라이트2>
○ .이창호 9단(왕 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장면도(68~84)=상변을 뚫고 나온 흑▲들은 공격 대상일까, 아닐까. 웬만한 실력자라면 이 돌이 이미 탈출했고 체포는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공격이 끝났다면 이제 백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옳은가. 약간의 우세를 지켜 승리로 골인하는 최선의 루트는 무엇인가. 우변 백대마는 안전한가. 하변 흑 두 점을 깨끗이 잡는 방법은?

이창호 9단은 고심 끝에 68로 밀었다. 하지만 이 수는 '완착'이란 준엄한 평가를 받게 된다. 68은 69를 부르고 그때 70으로 근거의 요소를 차지하면 흑은 71로 연결한다. 이 과정에서 백이 얻은 것은 실리인데 그게 흑의 얻은 두터움에 비해 소소하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김지석 3단은 '참고도' 백1로 미는 수에 대부분의 강자가 동조했다고 전해준다. 하지만 백1이 왜 좋으냐에 대해선 누구도 딱 집어 뭐라 말하지는 못한다. 백1은 힘있는 수라서 이렇게 흑을 차단해 두면 두고두고 뭔가 있다는 정도다. 이창호 9단은 왜 68로 밀었을까. 이 수가 중대한 완착이라고 생각했다면 둘 리가 없다. 그는 흑이 이 자리를 누르는 게 싫었고 그래서 거꾸로 밀었다. 그 역시 '느낌'에 이끌려 이 수를 두었다.

바둑판은 불과 18줄ⅹ18줄의 좁은 공간인데도 이처럼 애매함과 모호함으로 가득 차있고 그걸 바라보는 사람의 머릿속은 우주만큼이나 광대무변해 측량할 길이 없다.

아무튼 이 부근의 논란은 '두터움'에 집중돼어 있으며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두터움에 대한 느낌의 차이'에 집중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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