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정의 문제점은 없는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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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우리들은 정치에 대한 허무감을 달랠 길이 없다. 누구 하나 믿고 나라 일을 맡길만한 사람들이 없다는 한탄이 쏟아진다. 국리민복을 위해 일하겠다는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의 재산형성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날마다 「그럴수가」하고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이런 좌절감에 빠져있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지도층의 재산공개에서 나타난 우리사회의 부패구조를 뜯어 고치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로 모습을 바꿔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리들이 사태를 바로 보고 올바르게 대처해야 한다. 최근에 나타난 그들의 재산공개를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처리하거나 여론재판 형식으로 성토만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개혁도 아니며 여전히 응어리만 남는 한풀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재산공개에 얽힌 의혹의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법·제도·운용전반에 걸친 철저한 점검과 시스팀적 보완·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끊임없이 손짓하는 부정과 축재의 유혹을 누구나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투기로 지탄을 받는 지도층 인사들에게는 우선 그들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해명할 충분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 다음 정부가 할일은 부동산의 보유와 운용소득에 상응한 적법한 세금을 냈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 축적된 재산에까지 시비를 거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축재에 얽힌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는 우선 내무부나 국세청 등 세정당국이 그들의 납세내용을 밝히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토지에 부과되는 조세로서는 취득단계에서 붙게 되는 등록세·취득세,그리고 보유단계에서 매년 부과되는 종합토지세,팔아서 현금화했을때 내는 양도소득세 및 땅값 상승에 대해서 부과하는 초과이득세 등 우리나라의 토지관련 세금은 굉장히 복잡하고 무겁다. 따라서 제대로 세금을 다 내고 그 많은 재산을 축적하기란 매우 어렵다. 지도층 인사들이 납세의무를 성실히 다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적법절차에 따라 세금을 제대로 냈다 해도 사회지도층으로서 도덕성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그러나 만약 부동산의 취득·양도·상속·운용과정에서 세금탈루와 고의적 탈세가 있다면 도덕적 지탄에 덧붙여 엄격한 법적 제재를 받아야 할 것이다.
특히 많은 지도층이 단시일내에 그토록 많은 재산을 부동산을 통해 모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세정의 허술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공직자 재산공개는 우리사회 구석구석의 누적된 적폐를 극명히 드러나게 했으며 세정의 문제점은 그 대표적이라 하겠다.
이번 공직자 재산파동이 한풀이 차원을 넘어 낡은 사회시스팀을 개혁하는 좋은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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