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 미국 물리학술지에 논문 실은 고교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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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김승만 교사가 자신의 논문이 실린 미국 물리학술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고교 교사도 열심히 공부하면 세계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쁩니다.”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김승만(41·물리담당)교사는 미국 AJP(미국 물리학술지) 7월호에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을 싣기 위해 3년 동안 정열을 불태웠다. 매일 밤 11시까지 연구실에서 실험을 거듭하며 논문을 썼다.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으면 같은 연구실을 사용하는 러시아 초빙교수 이시카예브의 의견을 듣고 논문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의 논문은 ‘가전 영상제품을 이용한 전자기파 가시화 장치 제작에 관한 연구’.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기파를 두 금속(도체) 파이프에 가둬 눈으로 파형을 볼 수 있는 장치에 관한 연구다. 이 장치로 빛의 속도에 해당하는 전파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고 전압 변화를 TV 영상화면으로 관찰할 수 있다. 김 교사는 2004년 학생들의 수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이 장치를 개발해 제50회 한국과학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김 교사는 ‘상용화할 수는 없지만 전자기파를 시각화하는 훌륭한 교육자료’라는 과학계의 평가에 힘입어 다른 나라의 학생들에게도 이 자료를 소개하기 위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하기로 하고 논문을 썼다.

부산대 사범대를 나와 고등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던 김 교사는 1998년 교육부 연수단에 뽑혀 독일 뮌헨대학을 연수하면서 한국 이공계 교육 활성화에 기여하기로 결심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에 진학, 밤 새워 공부해 전기·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부터는 서울대 과학교육과에서 물리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 교사는 “우리 학교 교사들은 노벨상 과학부문 수상자 졸업생을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꿈나무에 거름을 준다는 생각으로 ‘올림피아드 연구반’도 알차게 운영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1학년 학생 19명이 참가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연수 프로그램의 인솔교사로 15일 출국, 다음달 5일 귀국한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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