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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지 않은 특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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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무현 정부 들어 특별법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특별법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부.지방자치단체.정치권이 경쟁적으로 특별법을 만들면서 대상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정치권엔 이름만 살짝 바꾼 '베끼기' 법도 난무한다. 예산 확보 대책이 없는 '묻지마' 특별법이 있는가 하면,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밀어붙이는 바람에 시작부터 파행 운영되는 법도 있다.

◆중복.상충=기업도시.혁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은 대상 지역과 옮기는 기관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건설교통부 관계자조차 "기업도시.혁신도시는 기존 택지개발촉진법을 손질해서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관광특구로 지정된 경주는 이미 2개 특별법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 '경주역사문화도시특별법'과 '연안권발전특별법'이 제정되면 무려 4개 특별법의 대상이 된다.

상충하는 특별법도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국토개발의 기본법에 해당하는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을 적용 받지 않는다. 그런데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 지원 특별법'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적용마저 배제한다.

◆폭주하는 민원=1990년 위헌 판결에 따라 국립 사범대생이 임용에서 무더기로 탈락했다. 민원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2004년 이들을 구제하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러자 교육대생과 군입대 중 불이익을 받은 사범대생도 들고일어났다. 그러자 이들을 구제하는 특별법도 차례로 생겼다.

2004년 만들어진 재래시장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재래시장 인근의 미등록 시장 상인과 인근 상가가 반발하자 이들까지 지원하도록 법을 고쳐야 했다. 이 바람에 2002년 227억원에 불과했던 재래시장 현대화 지원금은 올해 1616억원으로 8배가 됐다. 과거사 청산에만 이미 6개 특별법이 제정됐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이 8개에 달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정치권도 가세=현재 의원 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은 69건이다. 절반 이상이 지역개발 특별법이다.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흡사한 특별법도 많다. 영어교육 관련 법이 세 건, 사할린 동포 지원과 용산공원 관련, 휴면계좌 관련이 두 건씩이다. 예산 대책도 없이 무조건 중앙정부 지원에 기댄 법이 태반이다.

특별취재팀=경제부문 정경민 차장, 김준현.박혜민.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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