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가 현금 앞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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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물건을 살 때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만원 이상의 고액거래에서는 현금보다 자기앞수표를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거래 편의를 위해 10만원권 등 고액권 화폐의 발행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금보다 신용카드 많이 사용=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전국 금융회사 이용고객 7백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5일 발표한 '지급결제수단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물건을 살 때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응답이 29.9%로 현금(26.6%)보다 많았다.

이어 인터넷 뱅킹(10.6%).은행 계좌이체(5.9%).수표(5.7%).지로(5.7%).텔레뱅킹(5.6%)의 순이었다.

1년 전인 2002년만 해도 현금(19.7%)이 신용카드(18.7%)보다 많았는데, 처음으로 뒤바뀐 것이다.

거래 금액별로는 5만원 미만의 소액거래를 제외한 대부분의 거래에서 현금보다 신용카드 사용이 많았다.

◇3명 중 2명은 현금서비스 안쓴다=신용카드 사용이 늘고 있지만 카드 이용행태는 보다 신중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장수는 평균 3.9장으로 2002년의 넉장에 비해 약간 줄었으며 '현금서비스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도 2002년의 53.7%보다 늘어난 67.2%에 달했다.

신용카드사들이 신규카드 발급기준을 강화하고 고객의 이용한도를 제한하자 고객들도 쓰지 않는 카드를 없애고, 현금서비스 이용을 자제하기 때문으로 한은은 풀이했다.

◇10만원권 화폐 발행 시급=고액 거래일수록 자기앞수표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5만~10만원 거래에서는 자기앞수표를 쓴다는 사람이 2.8%에 불과했지만 50만원 이상의 거래에서는 8.4%로 세배 가까이 높아졌다. 자기앞수표를 쓰는 이유로는 "물가가 계속 오르고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1만원권보다 높은 고액권 지폐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응답 고객의 3명 중 1명꼴인 64%가 발행.취급에 문제가 많은 수표를 대신할 수 있는 10만원권 등의 고액권 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액권을 발행할 경우 적당한 금액은 ▶10만원권(56.6%)▶5만원권(38.9%)의 순이었다.

이지호 한은 결제정책팀 과장은 "현금.수표 외에도 인터넷.휴대전화 등 새로운 지급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보다 쉬운 사용법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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