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아 '만리장성' 쌓다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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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려면 대표팀을 떠나라."

세계 최강 중국 탁구대표팀 총감독 차이전화(蔡振華)가 '연애 금지령'을 내려 중국 대륙이 떠들썩하다. 선수들을 엄격하게 관리해 '압제자(鐵腕)'란 별명을 가진 차이 총감독은 최근 네명의 남녀 선수를 대표팀에서 쫓아냈다. 여자 선수는 리난(李楠.21.세계랭킹 10위).바이양(白楊.19).판잉(范瑛.17.세계 20위) 등 세명이고, 남자 선수론 허우잉차오(侯英超.21)다.

차이 총감독은 "다른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쳐 규정을 적용한다"면서 팀을 재정비할 뜻을 밝혔다. 세계선수권 대회와 아테네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앞둔 전격적인 조치다.

중국 언론들은 "허우잉차오는 리난과 공공연한 연인 관계고 바이양은 마린(馬琳.남자 세계 랭킹 1위)과, 판잉은 왕하오(王皓.남자 세계 랭킹 3위)와 사랑을 불태워왔다"고 전했다. 차이 총감독은 "대표 선수가 됐으면 기업인이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사업하듯 운동에 전념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는 선수 관리를 소홀히 한 코치 두명에게 각각 1만위안(약 1백만원)의 벌금을 매기고, 자기도 1만위안의 벌금을 냈다.

선수 일각에선 "마린과 왕하오는 그냥 두고 여자 선수들만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세계선수권이나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일벌백계의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네티즌 사이에선 "사랑을 찾는 청춘 남녀들의 인성을 짓밟는 행위"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전 세계 탁구대회의 메달을 휩쓸고 있는 이면에는 차이 총감독과 같은 엄한 지도자 덕택이라는 긍정론이 압도적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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