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시설 국민이용은 당연”/국회도서관 박종일관장(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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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방이후 일반이용객 50% 늘어/교양강좌도 계획 문민시대 앞장
『국회도서관자료가 필요한 사람은 모두 오세요. 단 국회도서관이 뭐하는 곳인지는 알고 와야합니다.』
「국회경내개방」 시대를 맞은 박종일도서관장은 『도서관문은 열렸다』고 하면서도 도서관에 대한 일반의 이해부족에 안타까워하는 표정이다. 도서관은 「개방」 됐으되 「필요한 사람」에게만 개방된거나 마찬가지라는 사정때문이었다.
분명 일반인들이 도서관에 들어가기는 쉬워졌다. 과거의 경우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던 정문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도서관면회실에서 일반인은 출입증인 「열람증」을 받기가 힘들었다. 직장의 대표가 결재한 「열람증발급신청서」를 내고 열람증을 받거나 국회공무원 5급이상 2명의 추천을 받아야했다.
간혹 국회도서관직원을 알 경우 「면회」를 신청해 들어가는 편법이 사용되기도 했다. 이도저도 안될 경우엔 할수 없이 돌아가야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문에서 아무런 제한없이 들어와 면회실에서 신분증과 열람신청서를 내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한 입장이 허용된다.
그래서 요즘 도서관직원들은 국회도서관을 일반 독서실처럼 생각하고 오는 사람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것이 새로운 일거리라고 한다.
○독서실로는 안돼
­도서관을 개방하게된 계기는.
『지난 9월 도서관장으로 부임할 당시 박준규국회의장이 특명을 내렸죠. 도서관이라는 훌륭한 시설이 국고로 만들어져있는데 국민들이 이용하지 못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지요.』
­개방이후의 어려운 일은.
『개방첫주 어느날 시골의 노인이 찾아와 「왜 나는 못들어 가게하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해프닝이 있었죠. 또 어떤 시민들은 소설책을 찾다기 「왜 도서관에 그런 책이 없느냐」고 불평을 하기도 하더군요. 모두 국회도서관의 특성을 몰라서 생긴 오해들입니다.』
­보통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제일 먼저 국회도서관은 시험공부하는 독서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두고 싶습니다. 그리고 국회도서관은 일반도서관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는 소설 등 문학작품이나 참고서류들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국회도서관의 특징은 뭐고,어떤 사림들에게 유용한 곳인가요.
『국회도서관의 설립목적을 먼저 이해해야합니다. 첫번째 설립목적은 당연히 「의원들의 입법활동지원」입니다. 따라서 1차 이용대상은 의원들과 입법관계자들입니다.
물론 「일반인에 대한 봉사기능」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중에서도 우선으로 이용하실수 있는 분이 있습니다. 정당·정부기관·공동단체·연구기관·언론기관의 관계자들이 우선 이용하실수 있고,교육기관종사자와 석·박사과정을 이수중인 대학원생들도 유용하게 이용하실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국회소장자료가 특별히 필요한 일반인」들도 이용하실 수는 있죠. 하지만 국회도서관은 입법활동지원을 위한 도서관이기에 주로 정치·행정·정책 등 사회과학에 관한 자료를 많이 모아두었습니다. 이런 자료가 필요하다면 와서 볼수 있습니다.』
­그러면 일단 도서관에 가면 들어갈 수는 있나요.
『열람증을 발급하기전에 도서관 면회실에서 방문목적이 무엇인지를 먼저 물어보지요. 혹시 도서관에 없는 자료를 찾으러 왔다거나 그냥 시험공부하러 왔다면 잘 설명해 돌려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굳이 들어가고 싶다면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도서관자료가 도움이 안되겠죠.』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주로 어떤 것들인가요.
『사회과학분야에 관한한 국내최고수준임을 자부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일반도서 87만권,정기간행물 1만2천3백종,신문 5백종 등이 있어요. 특히 연구자들을 위한 자료로 자랑할 것은 「국내외정기간행물색인」 60만건과 「석박사학위논문」 24만건입니다. 이 두가지는 도서관차원이 아니고 국가사업차원에서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만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의원열람실 한산
­개방후 도서관이용자는 많이 늘었나요.
『일반도서 이용자수는 약 50%정도 늘었습니다. 아직 개방이 알려진지 얼마 지나지않아 이용객 현황이 모두 취합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이용을 문의하는 전화가 두배가량 늘어났기에 점차 이용객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평일 낮 도서관을 찾았을때 일반인이 이용하는 2층의 일반열람실은 1백석규모였으나 90% 가량이 아직 비어있었다.)
­의원들은 도서관을 자수 이용합니까.
『그게 가장 곤란한 질문인데요. 누가 안온다고 얘기할 수는 없고. 다들 필요하면 비서들을 시켜 책을 빌려가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릅니다.』(의원들이 이용하는 의원열람실의 경우는 일반열람실보다 약 4배가 큰 규모지만 아무도 없었다. 얼마전까지 강신옥의원이 혼자 일본정치서적을 읽다가 나가 책이 펴져있는 자리는 한곳 있었다.)
­국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강연회 등도 준비중인 것으로 아는데요.
『교양강좌와 전시회를 계획중입니다. 자주는 못하지만 국내최고수준으로 준비중입니다. 교양강좌는 분기별로 1회씩 할 생각인데 일단 첫회는 31일 언론인 박권상씨를 연사로 모셔 도서관 지하강당에서 가지게 됩니다. 전시회는 올 가을께 신인작가중심으로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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