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아침형' 야구선수가 성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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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서점가의 화두는 단연 '아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각종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사이쇼 히로시의 '아침형 인간'을 비롯,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 '아침 10분 혁명' 등 아침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라는 자기 개발서가 인기다. 본지에서도 지난해 말 '느긋한 아침을 기다리며'라는 칼럼에서 아침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아침형 인간'에서는 "아침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은 하루를 지배할 수 있고, 하루를 지배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다스리고 경영할 수 있다. 일과 가정, 여가생활의 균형을 지킬 줄 알고, 육체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거의 매일 야간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선수에게 아침시간은 '죽은 시간'이 되기 쉽다. 야간경기가 끝나는 시간은 어림잡아 오후 10시30분. 샤워와 간단한 미팅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11시가 훌쩍 넘는다. 그제서야 '늦은 저녁'을 먹거나 개인적으로 모자란 부분을 점검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일러야 오전 1시다. 그러고 나서 아침에 눈을 뜨면 오전 9시쯤. 대부분의 선수가 아침식사를 거른다. 그리고 정오쯤에 '아점'으로 불리는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운동장으로 출발한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시즌 중에 이처럼 아침시간을 살아 있는 시간으로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일부 선수는 아침시간을 잠자리에 누워 보내지 않고, 그 성실함을 바탕으로 성공의 문을 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장수만세'로 불렸던 김용수(44.LG코치)였다.

마흔살까지 싱싱하게 마운드에 올랐던 김용수 코치는 현역시절 원정 숙소에서 만나면 "안부 전화는 걸러도 아침밥은 거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아침식사 예찬론자였다. 프로통산 가장 많은 6백13경기에 등판해 1백26승2백27세이브라는 금자탑을 쌓은 그는 종종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질 때도 있었지만 아침에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식탁에 앉아있기로 유명했다. 밥을 먹고 나서는 다시 잠자리에 드는 대신 산책을 하거나 조깅을 했다.

현대 김용달 타격코치는 현역 시절 MBC.LG에서 김용수 코치와 함께 뛰며 아침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요즘 프로야구계의 '아침형 선수'로 김동수(36)와 심정수(29.이상 현대)를 꼽는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지난해 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따낸 김동수는 "회춘했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그는 그때마다 "자고 있는 아침시간이 아까워 일찍 일어났더니 세상이 달라지더라 "는 의미있는 대답을 했다. 심정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오전 1시에는 잠자리에 들고, 9시에는 일어난다. 자신의 리듬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다.

김용수나 김동수.심정수 같은 큰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면 야구선수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습관을 따라하는 게 현명하다. 새벽까지 깨어 있지 말고 최대한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라. 그리고 '깨어 있는' 아침을 맞으라. 김동수의 말처럼 '세상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니.

이태일 야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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