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시술도 네비게이션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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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려 앉아 일하는 우리나라 노인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 퇴행성 무릎관절염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초기 증상은 약물이나 주사요법으로 어느 정도 개선된다. 그러나 연골이 닳아 없어져 아래.위 관절이 닿을 정도가 되면 마지막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한다.

1990년 초 국내에 들어온 인공관절술은 이제 연간 2만6천여건이 시술될 정도로 보편적인 치료법이 됐다. 따라서 수술기법이나 재료도 많이 개선돼 환자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아졌다.

위성항법장치로 불리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최근 발전하는 인공관절 수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내비게이션은 자동차 운행 중 길을 잃었을 때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추적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두 개의 센서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 3차원 영상을 만들어 수술 전에 절단해야 할 뼈의 각도와 간격을 제시해 준다. 따라서 의사는 종래 엑스선 필름을 보고 경험과 눈 계측에 의존하던 시술에서 벗어나 컴퓨터를 보며 좀더 정확한 시술을 할 수 있다.

척추.관절전문인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이 최근 종래 방법과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수술 각 20례를 분석한 자료를 보자. 전자의 경우엔 수술 허용 오차의 범위를 넘는 환자가 6명(30%)인데 반해 후자는 3명(15%)에 불과했다. 수술의 정확성은 전남대병원 정형외과 송은규 교수팀이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36례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34례(94%)에서 인공관절 삽입이 관절면 중심축에서 3분의 1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가장 이상적인 수술 각도는 대퇴골과 무릎.발목관절이 일직선(0도)이 되는 것. 여기서 3도까지의 오차를 허용각도라고 한다.

인공관절 수술이 정확하지 않으면 통증뿐 아니라 인공관절 수명이 짧아진다. 허용각도 이내의 환자에서 인공관절 수명은 10년이지만 4도가 넘을 경우 70% 수준에 머무른다.

또 무릎을 90도로 구부렸을 때와 폈을 때 간격이 2㎜ 이상 차이가 나면 관절이 불안정해지고 통증이 발생한다.

고원장은 "최근 업그레이드된 내비게이션은 수술 중 환자의 근육과 인대 간격까지도 알려준다"며 "인공관절을 자신의 무릎처럼 쓸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내비게이션이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것은 장비가 3억~4억원대로 비싸기 때문. 국내에는 연세사랑병원.고대안암병원.전남대.경북대.동아대병원 등 7대가 들어와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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