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각료 재산등록서류 증발/의회보관중… 총선 앞둬 파장 미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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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공개될 경우 정치적 악용 우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의회에 보관중이던 일부 사회당 정치인들의 재산등록서류가 최근 증발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프랑스 의회사무처는 지난달 27일 사무처장실 금고에 보관돼 있던 사회당의원 출신 각료들의 재산등록서류가 몽땅 없어진 사실을 발견,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증발된 서류는 지난 88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회당 정치인 가운데 미셸 로카르내각의 각료로 임명돼 의원직을 포기한 사람들이 의원 당선직후 의회에 제출했던 것으로 로카르 전총리는 물론 피에르 베레고부아 당시 재무장관(현 총리),롤랑 뒤마외무장관,자크 랑 문화·교육장관,피에르 족스 당시 내무장관(현국방장관) 등 약40명의 사회당 정치인의 서류가 포함돼 있다.
프랑스 국회의원들은 법에 따라 당선 15일 내에 자신의 재산을 의회에 신고해야 하는데 의회사무처는 신고서류를 비밀로 취급,금고안에 넣어 관리토록 돼있다.
의회사무처는 이 가운데 각료로 임명돼 의회를 떠난 인사들의 것만을 따로 분류해 같은 금고에 넣어 보관해 왔는데,바로 이 별도 분류서류만 이번에 증발한 것이다.
프랑스 법은 상·하원 국회의원 이외에 정부 각료와 지방의회의장,인구 3만명 이상 도시의 시장 등에 대해 임기시작과 만료시점 등 두차례에 걸쳐 재산등록서류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임기중 재산변동 상황을 스스로 신고토록 함으로써 직위와 관련한 부패를 막는다는 것이 이 법의 취지로,신고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번에 증발된 서류들이 공개될 경우 당사자들의 재산등록 내용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총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이같은 사건이 발생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베레고부아총리는 10일 이 사건에 대해 언급,사회당 정치인을 겨냥한 정치적 조작의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회 금고는 사무처장과 직속비서단 두사람만 열 수 있도록 돼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증발사실 자체가 심각한 미스터리라고 프랑스 언론들은 지적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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