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직 버리고 목사로 변신 백재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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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해직교수 출신인 이화여대 학무처장 백재봉교수(56·법학)가 교수직을 버리고 개척교회인 서울 송파동 한사랑교회 목사로 이색적인 삶을 시작한다.
27일자로 학교를 떠나 교인수 80여명인 이 교회 목사를 택하게 된데 대해 백교수는『제자를 키우는 일의 즐거움도 크지만 병든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더욱 큰 보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교수가 목회자의 길을 걷게된 것은 80년5월 1백34명의 지식인 시국선언문에 서명, 김대중씨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해직되면서부터.
84년9월 복직될때까지「이웃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줄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한신대 대학원 신학과를 마치고 목사 안수까지 받아 개척교회인 서울 화양리 영문교회에서 목사로 활동했다.
『강제로 강단을 떠나 목회자의 길을 걸으면서「가슴」으로 사회 밑바닥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복직이후에도 언젠가는 다시 교회로 돌아갈 생각을 줄 곧 해왔습니다』
한국노동법 석사학위1호(62년)인 백교수는 교수 재직기간중에는 일선 노동현장에서 노동법 실무강의를 해오면서 이때의 열정적 강의로「노동 교수」로도 유명하다.
유신체제시 한때 크리스전 아카데미에서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당시 불모지였던 노동법 실무교육을 실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교수라는 외형적 직위때문에 목회 활동에 때로 장애가 있었지만 이제 학교를 떠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목사로서의 사명을 다할 생각입니다』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백교수의 표정에는 의욕에 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신선함이 넘쳐 있었다.<강홍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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