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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두 여교사 시카고 고교교사로 첫 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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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시카고시 공립학교 교단에 서게 된 부산 동양중 물리 담당 유경란 교사(右)와 남일고 수학 담당 선경아 교사.[사진=송봉근 기자]

"한국에서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친 경험을 살려 미국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쉽게 가르칠 겁니다."

부산의 남일고 수학 담당 선경아(32.여) 교사와 동양중 물리 담당 유경란(38.여) 교사가 미국 시카고시의 공립학교 교단에 선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3년간 시카고로 파견근무를 하게 된다. 그동안 해외에 있는 한국인학교에 파견 나가는 경우는 있지만 미국 공립학교 교사로 현직 교사가 파견을 나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카고시교육청 언어문화교육국 파나지오타 파소스는 "1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오면서 최종 테스트를 통과하는 교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며 "영어로 열정적으로 구술시험을 치른 두 교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올해 2월부터 영어 능력시험, 전화 면접 등을 거쳐 예비후보자로 선발된 뒤 9일 시카고시교육청 관계자 4명이 직접 부산으로 와 실시한 마지막 시험과 면접에서 파견 교사로 선발됐다. 미혼인 이들은 이달 말 미국으로 건너가 8월 말부터 시카고시교육청이 지정하는 공립 고등학교(4년제 하이스쿨)에서 수학과 물리를 가르치게 된다. 이들은 시카고시교육청으로부터 연봉 4만7000달러를 받는다.

1월 파견교사에 응모한 뒤 하루 5시간 이상 영어공부를 했다는 유 교사는 "고교 4년 중 물리 과목을 배우는 2, 3학년을 대상으로 한국에서 가르치던 물리교과서 내용을 지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 교사는 "한국의 교수법을 잘 살려 수학을 쉽고 재미있게 지도하겠다"며 "첫 파견 교사인 만큼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뽑았나=이번 교사 파견은 리처드 데일리 시카고 시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평소 '교육은 글로벌'이라는 신념을 갖고 그는 데일리 시장은 지난해 말 "세계 70여 곳의 자매도시에서 우수한 교사를 채용해 시카고의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 발전을 꾀하자"고 시카고시교육청에 제안했다.

시카고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부산과 베이징.셴양.오사카 등 아시아 5개 자매도시 교육청에 영어로 수학과 과학 과목을 수업할 수 있는 교사 2명씩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사의 학위, 학교 성적, 자격증, 근무경력 등 자격도 제시됐다. 부산은 한국과학영재학교의 명성 덕에 선택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나머지 4개 도시는 경력에 맞는 후보자를 내지 않았다. 1월 부산시교육청이 낸 모집 공고엔 모두 24명이 신청했다. 시카고시교육청의 요청대로 2월 1차로 영어능력시험을 통해 10명의 후보를 뽑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시카고시교육청이 직접 전화인터뷰를 실시, 후보자가 7명으로 압축됐다.

시카고시교육청은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도시에서 조건에 맞는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아 부산의 7명 모두를 선발할 생각으로 관계자 4명을 한국에 보냈다. 그러나 최종 테스트에서 5명은 아깝게 탈락했다.

시카고시교육청은 내년에도 부산의 교사 2명을 선발할 예정이며, 충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9월 협조공문을 보낼 계획이라고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전했다.

부산=강진권 기자<jkkang@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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