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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벤션의 힘' 삼성동 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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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온 시만텍 임직원들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2층에서 체크인하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서울 삼성동 일대의 호텔.식당가가 때 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국제 종합전시장인 코엑스가 세계 1위의 보안 소프트웨어(SW) 업체인 시만텍의 임직원 1000여 명이 모이는 '시만텍 세일즈 콘퍼런스'(11~13일)를 유치해 삼성동에 있는 특급 호텔의 객실이 비수기에 모두 찼다. 시만텍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의 649개 객실 중 390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객실 240개를 빌렸고 인근 오크우드호텔의 방까지 잡았다. 행사 전날인 10일 저녁 코엑스 전시장 내 푸드코트의 한식(불고기)집엔 외국인 손님이 두 배로 늘었다. 스타벅스 코엑스점에도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인터컨티넨탈호텔서울의 이승걸 지배인은 "밀려온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일부 직원은 여름 휴가 일정을 미뤘다"고 말했다.

국제회의를 유치하면 이처럼 경제적 파급 효과가 적잖다. 행사를 주최한 시만텍 아태본부는 숙박비와 식대, 관광 비용으로 1인당 최소 500만원(5400달러)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한국을 찾은 일반 관광객 한 명이 쓰는 984달러(2004년 항공료 제외 기준)의 다섯 배를 넘고 국내에서 열린 국제회의 참가자의 평균 지출액인 2366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사흘간의 행사기간 중 이들의 씀씀이는 줄잡아 5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코엑스의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50억원 정도를 쓸 경우 관련 산업 등에 미치는 전체 경제적 파급 효과는 178억원에 달하고 일자리도 405개가 늘어난다. 시만텍 규모의 행사를 한 달에 두 개 정도(1년 24회) 꾸준히 열 수 있다면 한 해 1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처럼 컨벤션(국제회의) 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행사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미국은 2004년 컨벤션 산업으로만 1223억 달러(약 114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170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했다. 독일도 같은 해 230억 유로(약 28조8000억원)를 벌어 들였다. 매년 국제회의 현황을 집계하는 국제협회연합(UIA.Union of International Associatons)에 따르면 2005년 전 세계에서 열린 국제회의는 8953건이다. 이 중 한국이 유치한 것은 185건이었다. 미국(1039건)이나 스위스(590건).독일(410건) 등 유럽 국가에 비하면 한참 뒤진다. 2003년까지 우리보다 뒤졌던 중국은 216건(홍콩.마카오 포함)을 개최했다.

하지만 이런 행사를 쉽게 유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코엑스는 이 행사를 따려고 2년 동안 준비를 했다. 2005년과 지난해 두 번이나 시만텍의 실사를 받았다. 시만텍 측이 대회 유치 경쟁 지역을 알리지 않아 시만텍의 지사가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도시 10군데의 장단점을 모조리 분석해 유치 전략을 세웠다. 기업의 비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보안을 강화해 달라는 시만텍의 요구를 받고 시만텍 행사에 보안 요원 6명을 별도로 배치하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 코리아컨벤션뷰로 김기헌 단장은 "컨벤션 참가자는 일반 관광객보다 많은 돈을 쓰는 VIP 고객"이라며 "전시장 시설은 외국에 비해 손색이 없는 만큼 우리의 전통과 IT 기반 등 강점을 살리면 얼마든지 외국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oneby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컨벤션 산업=대형 회의장이나 연회장.전시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대규모 국제회의나 전시회를 유치하는 산업이다. 컨벤션 참가자는 일반 관광객보다 머무르는 기간이 길고 지출이 많아 호텔.식음료.관광.항공 등 관련 서비스 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굴뚝 없는 황금 산업' '서비스 산업의 꽃'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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