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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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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 1백55도, 북위 50도, 러시아 연방 동쪽 끝에 위치한 캄차카 반도. 유네스코가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한 '화산의 땅'이다. 3백여개의 화산 중 29개가 아직도 시뻘건 불을 내뿜는다. 이 열기의 땅에도 생명의 기운은 번창하다. 들다람쥐.여우.노랑긴머리바다오리.바다사자 등, 북반구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자연의 역설은 이처럼 인간의 상상을 비웃는다.

KBS-1TV가 신년특집으로 마련한 3부작 다큐멘터리 '지구환경 대기행'(5~7일 )은 캄차카 반도를 비롯한 세 지역의 희귀한 생태계를 보여준다. '동경 1백5도에서 1백80도까지 미지의 자연 대탐사'란 부제가 이 프로의 방향을 알려준다. 자연을 지키려는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함께 담았다.

제1편 '화산의 땅 생명을 품다'는 캄차카 화산군(群)의 생태는 물론 4백만마리의 연어가 회귀하면서 보여주는 환상의 여름을 밀착취재했다. 단 한번의 산란을 위해 목숨 걸고 돌아오는 연어와 이를 반기는 불곰이 이 드라마의 주연이다. 캄차카에 서식하는 곰은 1만마리 이상으로 곰 밀집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제2편 '적도 생물의 마지막 낙원, 순다 열도'에는 적도선이 지나가는 인도네시아 순다 열도의 다채로운 생물종이 등장한다. 이곳은 전 세계 생물종의 17%가 모여 있는 풍요의 땅이다. 피그미 해마.비단 오징어 등 위장술과 운동 능력이 고도로 발달한 해저 생물들이 수두룩하다. 생물이 살아 남기 위해서라면 얼마나 정교한 수준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여기엔 인간의 노력도 한 몫 했다. 제작진은 바다거북의 새끼를 곧장 바다로 돌려보내는 등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려는 이들의 숨은 노력이 자연의 풍요에 기여했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3편 '날 수 없는 새들의 안전 지대, 아로테아로아'는 베일에 싸였던 뉴질랜드 희귀종의 생태를 공개한다. 3천만년간 뉴질랜드에서 살았다고 추정되는 키위 새, 지구상에 86마리밖에 남지 않은 올빼미 앵무새 '카카포'…. 모두 날지 못하는 뚱보새들이다.

현지인들은 멸종 위기종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덫을 설치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발길을 차단하고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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