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새 애니 '브라더 베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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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존재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존재가 돼 보는 것이다. 옛 조상들은 인간의 영혼이 동물로도 무생물로도 전이된다고 믿었다. 현대의 사이코 드라마도 결국 '입장 바꾸기'란 원리로 요약된다. 상대 자리에 서는 순간 다른 존재, 다른 문화, 다른 세상에 대한 관용과 이해의 문이 열린다. 아집과 편견의 벽이 깨진다.

디즈니의 새 애니메이션 '브라더 베어'엔 이런 철학이 녹아 있다. 인간의 지혜로는 측량할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 그리고 그 속에 버무려진 사랑.형제애.우정이 주제다. 디즈니는 이 영화를 "'라이언 킹'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생명 드라마"라며 기대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브라더 베어'는 거대한 매머드가 뛰놀고 형형색색의 빛이 자연을 어루만지던 시절의 이야기다.

부락의 무당 타나나는 세 형제에게 토템 의식을 내린다. 그 중 막내 키나이에겐 '사랑의 곰'이 떨어진다. 하지만 용사가 되고 싶은 그는 '사랑'이 불만이고 친구들에게서 놀림도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키나이는 곰을 쫓다가 위기에 처하고 맏형 시트카의 희생으로 살아난다.

이에 키나이는 곰을 찾아내 결국 죽이지만 자신은 곰의 모습으로 바뀌고 만다. 이후 엄마를 잃은 아기곰과 여행을 하게 된 키나이는 진실을 깨닫는다. 인간이 잔혹하다고 규정한 곰들은 평화롭고 온순한 동물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단지 인간의 위협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을 뿐이다….

이 정도만 설명해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도덕 교과서를 연상할 필요는 없다. 교훈을 뛰어넘는 재미 때문이다. 우선 스크린에 쉴 새 없이 펼쳐지는 각종 볼거리가 눈을 즐겁게 한다. 광활한 산맥과 웅장한 빙하 등 대자연이 관객을 압도한다. 보다 원시적인, 또 사실적인 자연을 그리기 위해 제작진은 알래스카 등 소문난 지역을 샅샅이 뒤졌다. 화산의 용암 분출장면이나 사방에 흩날리는 폭설 장면, 오로라가 대지를 덮는 장면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

영화를 보다 무릎을 칠 부분도 준비돼 있다. 키나이가 곰으로 변해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는 순간 화면이 넓어진다. 크기뿐 아니라 색감도 풍성해진다. 왜 그럴까. 곰이 보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말한다. "이토록 큰 세상을 담아내기엔 인간의 카메라가 너무나 작다."

이 영화를 보며 또 하나의 즐거움을 느낄 부분은 티나 터너가 오랜만에 노래를 불렀다는 점이다. '타잔'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필 콜린스는 여섯개의 새 노래를 만들었고, 터너는 노래 '위대한 영혼들'을 열창했다.

이 작품은 올 겨울 가족이 함께 손잡고 보기에 적절하다. 아이들에게는 이솝 우화를 뛰어넘는 교훈과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인간의 아집과 왜소함을 반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제작진은 각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 차별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로 다른 존재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으면 한다. 특히 부시(대통령)에게 이 영화를 보내고 싶다." 1월 16일 개봉.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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