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온라인 교실] FTA 체결이 늦어지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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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Q: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논의된다고 합니다.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들도 FTA를 맺었다고 하던데 우리는 왜 이제서야 하는 건가요? 또 반대하는 농민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던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늦게 국회에서 다루는지 궁금합니다.<독자 황영교 님>

A: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 규모의 국가 중에서 FTA를 맺지 못한 나라는 거의 없을 겁니다. 사실 정부가 FTA를 추진하면서 첫번째 상대로 칠레를 선택한 것은 FTA 체결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칠레와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서로 보완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죠.

즉 칠레는 농산물(주로 포도)과 구리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반면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나 휴대전화와 같은 산업 제품을 생산하지 않아요.

칠레와 FTA를 체결하면 우리나라 포도 재배 농민들은 피해를 볼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칠레에 많이 수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 농민이 반대하는 것은 FTA 체결 이후의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즉 칠레와 FTA를 맺으면 그 후 여러 나라와 연쇄적으로 FTA를 맺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 이런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국회의원들이 쉽사리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국회에서 비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가 자유무역이 이롭다는 점을 알면서도 현실에서 이를 적용하긴 그리 쉽지 않습니다. 나라마다 경제발전 단계가 다르고, 경제논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국내 사정 때문에 보호해야 할 산업이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낮은 농산물 시장을 제대로 개방하지 못하는 사정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이희성 경제연구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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