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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논술] 교과서로 논술 대비 … 전문가 추천 '따풀교'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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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내신·논술을 함께 공부하는 현명한 공부법이 필요한 때다. 사진은 자율학습을 하는 수험생 모습. [중앙포토]

‘교과서를 따져보고 풀어보고 교환하라!’

 2008학년도 입시에서 주요 대학들이 수능 위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한 뒤 고3의 논술 대비가 소홀해졌다. 많은 수험생이 수능과 내신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한 구석은 영 개운찮다. 논술이 당락의 포인트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이런 불안감 해소를 위해 논술 전문가가 추천하는 방법이 ‘따풀교(따져보고 풀어보고 교환하기)’다. 따풀교는 교과서 내용을 따져보고, 풀어보고, 친구들끼리 토론하며 수능ㆍ내신ㆍ논술을 한 방에 준비하는 방법이다. 수능ㆍ내신을 준비하며 동시에 논술을 익히고, 논술을 통해 수능ㆍ내신에 도움을 받는 길인 셈이다. 전문가들이 강조한 ‘따풀교’를 소개한다.

따져보기

따져보기란 밑줄 쫙 긋고 외우는 것에 끝나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예컨대 국어 교과서엔 알퐁스 도데의 ‘별’이라는 작품이 등장한다. 주제는 ‘소녀에 대한 목동의 순수한 사랑’이다. 그런데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목동과 소녀의 ‘신분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별’을 읽으며 ‘신분 차이에 따른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나름의 생각이 가능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 사회의 빈부 격차와 과거 신분 차별을 머릿속으로 비교해본다면 이미 훌륭한 논술 공부를 한 것이다. 이처럼 교과서 암기를 넘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을 평소에 꾸준히 하면 수능ㆍ내신뿐 아니라 논술 실력도 키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교과서 내용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말고 다양한 입장 가운데 하나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명학원의 류헌명 원장은 “교과서는 사회 문제에 가장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며 “거기에 ‘왜’라는 질문을 통해 상반된 주장까지 생각해본다면 살아 있는 논술 공부가 되고 교과서의 활용 폭을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ㆍ과학도 마찬가지다. 개념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외우지 말고 이해될 때까지 파고들 필요가 있다. 선생님이나 친구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빛은 직진한다’는 당시의 상식에 ‘왜’라는 의문부호를 붙이며 시작됐다.

풀어보기

전문가들은 귀찮다고 멀리했던 교과서 서술형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라고 권한다. 서술형 문제는 논술 유형과 비슷하므로 수능ㆍ내신ㆍ논술을 한꺼번에 잡는 데 요긴하다.

 이를테면 ‘윤리와 사상’(교육인적자원부) 170쪽엔 ‘자유와 평등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이 두 가지 요소가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보자’란 탐구과제가 나온다. 이 과제를 풀어봄으로써 교과서 내용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논술 공부도 가능해진다.

 명덕외고 김영민(국어) 교사는 “7차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짜인 만큼 문제 해결 과정에서 창의적 사고력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며 “각 단원의 학습활동, 보충학습, 심화학습 문제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고 밝혔다.

 특히 수학ㆍ과학 과목에서 서술형 문제 ‘풀어보기’는 매우 중요하다. 단순 암기로는 수리 논술의 벽을 넘기 어렵다. 진대현 중앙일보NIE연구소 과학논술 기획위원은 “과학의 주요 개념과 법칙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객관식 문제에 대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키고 논술이나 구술 시험의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쓰나미가 발생하는 원인’은 파동의 에너지, 전파속도, 매질 간의 관계 등 파동에 관한 간단한 지식으로 설명이 가능한데, 생각하고 써보는 훈련이 부족해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환하기

‘따풀교’의 마지막 단계는 교환하기다. 개별적으로 풀어본 교과서 서술형 문제를 가지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대화법’으로 제자들을 가르친 이래 문답과 토론은 죽은 지식을 머릿속에 살아 숨쉬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일컬어진다.

 백춘현 민족사관고 토론연구소장은 “만약 쉬는 시간에 친구에게 ‘별’(앞에 언급된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상투적인 답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그때 스스로 생각해 낸 색다른 해석을 친구에게 던져 즉석 토론을 해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 인천 동산고 이수석(철학) 교사는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한 주제를 놓고 대화함으로써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며 “교과 지식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는 것은 서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투스의 이성룡 입시정보실장은 “죽음의 트라이 앵글도 돌파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며 “수능과 내신을 단순 암기식이 아닌 심화된 형태로 공부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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