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맥주사,소주시장 참여계획/주류업계 대격전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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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진로」도 맥주제품 내년 출하예정
「OB소주」 「크라운소주」나 「진로맥주」가 낯설지 않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진로가 이미 지난 91년 9월 미국 쿠어스사와 손잡고 맥주시장 참여를 선언한뒤 빠르면 내년 4월중에 맥주제품을 선보일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산·조선맥주도 이에 때맞춰 소주를 내놓겠다는 계획으로 막바지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맥주양사는 아직까지 대외적으로 소주시장 참여를 공식선언하진 않았지만 담당 중역들은 『시기선택만 남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고 진로 등 소주업계도 이들의 참여를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희석식소주면허가 개방되는 3월1일을 코앞에 두고 두산사주인 박용곤씨가 최근 그룹회장에 복귀,각종 신규사업 추진에 가속을 더한 점이나 조선맥주 박문덕사장이 맥주일변도에서 벗어나 종합주류업체로 탈바꿈하겠다고 공식 천명한 일 등은 양사의 소주시장 참여시기가 임박했음을 점치게 하고 있다.
초기설비 투자비용이 최소 2천억원가량 소요되는 맥주와 달리 생산과정이 단순한 소주는 수백억원만 들이면 반년안에 생산라인을 만들 수 있고,아니면 영세한 지방소주업체중 하나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어 내년 상반기 진로맥주 시판에 때맞춰 소주를 내놓는데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두산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술소비 감소,저도주 선호추세 등으로 소주시장의 장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은데도 맥주양사가 이윤까지 박한 소주를 만드려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진로가 뛰어난 상품력을 갖춘 진로소주(소주시장 점유율 44%)와 거미줄같은 유통망을 앞세워 자사맥주를 풀 경우,기존 맥주시장이 크게 잠식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다.
조선맥주 관계자는 『특히 작년부터 맥주경기가 시드는 바람에 맥주 한두상자 파는데 품귀상태인 진로소주 한상자씩을 요구하는 업소가 늘고 있다』며 『소주로 돈을 벌겠다기보다 맥주를 팔기 위해서라도 소주생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홍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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