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홍콩 명문대 '학생 유치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중국과 홍콩의 명문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에 나섰다. 중국에선 베이징(北京)대와 칭화(淸華)대, 홍콩에선 홍콩대와 홍콩과기대가 나서 가오카오(高考: 중국 대학입시 수능시험) 최상위권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수 학생 확보가 대학 경쟁력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오카오 수석은 지역과 선택 과목별로 각각 발표되기 때문에 모두 수백 명에 이른다.

◆치열한 유치경쟁=올 가오카오 상하이(上海)시 수석을 차지한 후원치는 최근 홍콩대 진학을 결정했다. 칭화대가 무시험 입학을 제의했으나 홍콩대가 제의한 4년간 45만 홍콩달러(약 7000만원)의 장학금에 끌린 것이다. 그는 "내겐 칭화대 입학의 명예보다 장학금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시 가오카오 수석인 린시(林)는 지난주 시나 닷컴과의 기자회견에서 "베이징대는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많은 인재를 배출한 중국 수학계의 자랑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교수와 선배를 모시고 열심히 공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홍콩대는 그에게 연간 14만 홍콩달러(약 1700만원)의 장학금을 제시했으나 유치에 실패했다.

광둥(廣東)성 가오카오 물리 과목에서 수석을 차지한 왕수위안(王書元)은 베이징대를 포기하고 홍콩 과기대 입학을 결정했다. 그는 8일 "베이징대가 전통이 있고 많은 인재와 교류할 수 있는 대학이지만 홍콩 과기대만큼 교육의 질이 높지 못하고 해외에 유학할 경우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충칭(重慶)시 이과 수석을 차지한 천징(陳競)은 장학금이 많은 홍콩의 대학보다는 역사가 유구한 칭화대나 베이징대에서 공부할 생각이라고 진로를 밝혔다. 광시(廣西)성 좡쭈(壯族)자치구 문과 수석을 차지한 린리위안(林麗淵)은 베이징대와 홍콩 중문(中文)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장단점 뚜렷해 우열 못 가려=지난 일주간 중국과 홍콩의 명문대들은 가오카오 최상위권 학생을 놓고 접전을 벌였지만 우열을 가리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아직 대학을 결정하지 못한 80% 내외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홍콩 대학들은 중국 대학의 최고 10배나 되는 장학금과 뛰어난 교육 여건, 자유롭고 선진적인 서구식 교육방식을 앞세워 대륙의 우수 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홍콩대와 중문대.홍콩과기대를 비롯한 홍콩의 대학들이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4년 장학금(대학원 과정 1년 포함)은 평균 50만 홍콩달러(약 6000만원)에 이른다.

교육의 질과 시스템도 홍콩 대학들의 강점이다. 우선 본과가 '3년제'이기 때문에 중국보다 1년 먼저 졸업할 수 있다. 중국 대학보다 과목 선택도 자유롭다. 외국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 졸업 뒤 영어 경쟁력도 뛰어나다.

반면 중국대학들은 전통과 명예를 내세우고 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는 중국 지배층의 절반 정도를 배출했다는 점도 내세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