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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비서실”… 개혁의지 부각/청와대 새 진용구성 무얼 뜻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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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행정경험보다 지식·성향 중시/경호실장까지 문민 출신으로
김영삼 차기대통령이 임명한 청와대비서실 진용은 문민정부 및 개혁주도의 성격을 강하게 부각시키려 한 것 같다. 김 차기대통령은 그동안 「강력한 비서실」로 국정개혁을 주도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그 기조에서 진용을 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차기대통령은 비서실 인선기준을 우선 「문민개혁」에 두었다.
일부 가신을 빼면 비서진의 대부분이 해당분야의 민간전문가다. 특히 지금까지 군장성출신이 관례처럼 맡아온 경호실장에 문민출신을 기용한 점이 그 점을 잘 설명해 준다.
박상범경호실장은 고려대법대 출신으로 경호실에서 잔뼈가 굵어 경호처장까지 올랐던 민간경호 전문가다.
박관용실장과 주돈식 정무·박재윤 경제·전병민 정책수석비서관 등은 개혁작업을 주도할 그룹이다. 국정경험이 없는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행정경험이 노련한 인사를 발탁할 것으로 관측되던 비서실장 자리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행정경험이 없는 정치인 비서실장을 기용한 것은 개혁쪽에 비중을 둔 것임을 강력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관용실장은 처음부터 꾸준히 물망에 올랐던 인물. 비서실장이 갖추어야할 보스와의 밀접도·신임과 시대적 소명에 맞는 온건개혁색깔을 가지고 있다. 박 실장은 당초 이기택민주당대표의 비서로 경력을 쌓았으나 신민당창당(85년)·통일민주당창당(87년)·3당합당(90년) 등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김 차기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따랐다. 가신그룹이 아니면서도 벽돌쌓듯 신임을 구축해온 배경에는 야당인사로서는 드문 합리적이고 논리적 사고의 소유자로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김 차기대통령은 비서실장에 자신의 오랜 핵심측근인 김덕룡의원의 기용도 끝까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의원은 본인이 장래를 위해 고사하는데다 서초을구 보궐선거가 부담이 되어 박 실장 기용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김 의원에 비해 범여권에서 수용하기가 좀더 쉬운 인물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혁팀중 큰 특징은 정책수석의 신설과 전병민 수석이란 카드다.
뚜렷한 학력 또는 경력이 없는 전씨에게 정책개혁을 지휘할 중책을 맡긴 것에서 김 차기대통령 특유의 과감한 인사스타일을 느끼게 한다.
전씨는 87년 대선때는 노태우후보,92년 대선때는 김영삼후보 등 여당후보의 선거전략팀에서 실무적인 활약이 컸다.
그는 특히 지난해 5월부터 중진·소장교수 50여명으로 동숭동팀(일명 임팩트코리아)이라는 비밀자문팀을 구성,김영삼후보의 집권개혁 실천과제를 연구해 왔다. 따라서 그의 정책수석실은 1백여개에 달하는 개혁과제를 조정·지휘하는 일을 맡게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의 기용에는 김 차기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와의 특수한 관계가 뒷받침됐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박재윤수석내정자(현경제특보)도 전씨와 함께 자문교수팀에 관여해 왔다. 그는 김 차기대통령의 후보당선이후 특보로 발탁되면서 경제수석의 언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 정무수석내정자는 언론인 출신이란 점에서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집어넣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김 차기대통령은 주요신문사 주필·국장·논설위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여론을 수렴해 왔다. 김 차기대통령은 온건하고 합리적이면서도 개혁지향적인 성향의 주 내정자에게 높은 신임을 보여왔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또다른 언론인출신인 이경재공보특보의 대변인 발탁이 예견돼 왔다.
이 특보는 대선때 후보연설문,이번에 대통령취임사의 작성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김 차기대통령과 교감을 키워왔다.
정종욱외교안보수석 내정자는 비관료 민간 전문가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김 차기대통령은 자신과 꾸준히 대화해온 학계전문가중에서 일부를 기용할 생각을 가져왔으며 외교안보문제에 정통한 정 교수를 선택했다. 폐지된 사정수석실의 업무를 인수하게될 민정수석은 비전문가가 담당하기엔 너무 중요한 자리여서 검찰·안기부(1차장)를 거치면서 국가중추정보·사정기관의 내부사정에 식견을 넓혀온 김영수의원을 기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정세분석위원장을 맡아 대선까지 김 차기대통령에게 치밀한 정국보고서를 제공했다. 그는 대통령과 안기부 등 정보·권력기관간의 가교역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김양배행정수석은 호남인재를 키우겠다는 김 차기대통령의 배려로 보인다.
전남 곡성출신으로 김 내정자는 광주시장과 구민정당 기조실장을 거쳐 정치보다 내무행정의 사정에 밝다.
김 차기대통령의 인척으로 지난 30여년간 상도동 자금관리를 해온 홍인길총무수석내정자는 전임자여서 다른 경쟁자가 거의 없었다.
김 차기대통령은 가신그룹중 홍씨만을 수석으로 발탁했다.
김석우의전비서관 내정자는 정통 외무관료.
김 차기대통령은 수석비서관시스팀이 너무 권위주의적인 냄새가 난다는 지적에 따라 의전은 일단 2급비서관으로 격을 낮추었다.
전체적으로 이번 청와대진용에 6공권부를 주름잡던 TK(대구·경북)출신이 한명도 없는 대신 부산·경남출신이 두드러져 보인다.
비서실장에 부산출신 실무형인 박 의원이 내정됨에 따라 총리는 호남출신인사 또는 덕망가형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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