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비난 일단 무마/클린턴,신속처리권 연장신청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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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C 농업보조금 등 현안엔 침묵/양자 협상으로 해결할 속셈인듯
빌 클린턴행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의 타결을 위해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신속처리권한의 연장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클린턴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취한 무역규제조치로 클린턴행정부의 자유무역정책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져 미국이 다자간 협상인 UR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았다.
미국의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미국과 밀접한 무역관계를 맺고 있는 유럽공동체(EC)나 일본은 미국 무역정책의 입장 탐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EC의 리언 브리턴대외무역담당집행위원과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일본외상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탐색전의 일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미 의회는 지난 89년 조지 부시 행정부에 UR협상의 전권을 위임해 2년만에 이를 매듭짓도록 했으며,부시행정부는 이를 다시 2년 연장해 그 기간이 이번 5월말로 끝나게 되어있다.
금년 5월말의 시한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 행정부가 오는 3월2일까지는 협상을 끝내야 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으로 보아도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따라서 클린턴행정부가 과연 국제사회에서의 자유무역을 확대키 위한 UR협상문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관심의 초점이 되어왔다.
특히 클린턴대통령 취임직후 수입철강에 대한 덤핑판정과 EC에 대한 통신기기 수출의 규제 등 조치로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고 있으며,따라서 클린턴행정부가 다자간 무역협상인 UR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대두됐다.
그러나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일단 의회에 신속처리권의 연장을 요청키로 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미국이 UR를 완전히 포기치 않겠다는 입장은 확인된 반면 미국의 무역정책이 다시 부시행정부 때와 같이 강력한 자유무역주의 원칙으로 돌아선 것이냐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다. 우선 캔터대표는 UR협상을 연장하겠다고 천명했으나 시한을 정하고 있지 않다.
부시행정부의 경우 예를 들면 금년 5월말까지 시한을 정해 협상에 박차를 가했는데도 불구하고 성사되지 못했는데 클린턴행정부는 아직 그러한 시한을 못박지 않고 막연히 연장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EC의 농산물보조금 지급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러한 상황으로 보아도 미국이 형식상 UR협상은 연장시키면서 내막적으로는 미국의 무역적자문제를 다자간 체제에서 보다는 양자간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UR협상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보호무역주의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며,세계는 이러한 미국의 입장때문에 무역위기로 치달을 위험이 있는 것이다.
클린턴행정부는 무역문제에서의 다자간 협상에 대해 매우 회의적 입장을 갖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다자간 협상으로 UR를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협상이 성공도 하지 못했을 뿐아니라 미국만 계속 손해를 보았다는 감정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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