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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이민정책 살펴보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7호 10면

매년 8월 런던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의 거리 축제 ‘노팅힐 카니발’. 1965년 카리브계 이민자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 행진을 한 것에서 유래했다. [런던 AP=연합뉴스]

“근로자를 받아들였는데 알고 보니 인간이었다.”

분리는 그만 이제 통합으로

스페인 국제관계 및 개발 연구소의 핀욜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국정원과의 인터뷰에서 이민자 문제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민자의 문화와 스페인 문화가 부딪치면서 이러저러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스페인ㆍ영국ㆍ독일ㆍ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먼저 이민자를 받아들인 국가들의 정책을 비교ㆍ분석했다. 선진국들은 특정 지역에 인종별로 외국인들이 모여 끼리끼리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이들을 분산시켜 주류 사회에 섞이도록 정책을 바꾸고 있다. 2005년 런던 테러, 파리 무슬림 폭동 등이 정책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월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시의 등록 외국인은 160개국 2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9%에 달한다. 1000명 이상 되는 민족이 36개에 달한다.

스페인의 외국인 등록시스템 ‘파드론’은 등록만 하면 불법 체류자에게까지 교육ㆍ의료 등 복지 혜택을 준다. 외국인 관련 범죄 수사나 치안 대책 마련 등을 위한 자료로 이용하지만, 불법 체류자를 적발하는 데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등록률이 높다. 최근 4~5년간 중국 의류상들이 트라팔가르 지역에 몰려들자 같은 지역에 새로 가게를 내지 못하게 하고, 특정 학교에 외국인 학생들이 몰리지 않도록 골고루 배정하고 있다.

영국의 런던도 1만 명 이상의 민족이 42개에 이른다. 영국 정부는 분산정책을 골자로 한 이민자 정책 개선 방안을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런던시는 최근 한인들이 킹스턴구 코리아타운 내에 ‘한인 노인센터’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킹스턴구 노인회에 한국어 통역관을 배치해 한국 노인들이 그곳으로 가도록 유도했다. 한국 노인들이 다른 언어권의 노인들과 어울리게 한 것이다.

타 민족에게 배타적인 순혈주의로 알려져 있는 독일과 일본도 최근에는 이민자들에게 개방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를린 중심부에 있는 터키계 집단 주거지인 크로이츠베르크의 경우 주민의 30%가 외국인이다. 독일 정부는 언어를 통한 사회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외국계 아이들은 4세가 되면 독일어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또 독일어와 외국어로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는 특별학교에 다닌다. 독일 정부는 무슬림 사회의 남성우위 전통을 감안해 터키계 남자 교사를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도쿄 인근의 가와사키시는 공업지대로 110개국 출신 2만8000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일본은 재일(在日) 한국인 3세까지 철저하게 외국인으로 분리하는 등 폐쇄적인 이민자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가와사키시는 최근 홈페이지를 6개 국어로 만들었고, 1년 이상 거주ㆍ등록한 외국인을 시정 자문에 참여시켰다. 이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집을 빌릴 때 시 당국이 입주 보증을 서게 하는 등 정책변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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