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노인의 즐거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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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다산 정약용 (1762~1836) '노인의 즐거움' 부분

늙은이의 한 가지 즐거운 일은

붓가는 대로 마음껏 써버리는 일

어려운 운자(韻字) 신경 안 쓰고

고치고 다듬느라 애먹지 않네

흥이 나면 곧장 뜻을 사루고

뜻이 되면 당장 글로 옮긴다

나는 본디 조선 사람

기꺼이 조선시 즐겨 쓰리

그대들은 그대들 법 따르면 되지

이러쿵 저러쿵 말 많은 자 누구인가



세계를 움직이는 지혜의 이름, 그것은 다름아닌 즐거움이다. 즐거움이 있는 다음에 노래가 있고 노래가 있는 다음에 열정이 있고 열정이 있는 다음에 진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정으로 마음을 다해 자신의 것을 사랑하는 마음, 그것이 어찌 다산 노인의 즐거움뿐이겠는가. 청년도, 어린 아이도, 시정의 장삼이사도 다 그 즐거움을 한껏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가 열렬히 기다려온 꿈의 시간들도 다가올 것이다.

곽재구<시인>

◇필자 약력 ▶1955년 광주 출생▶81년 '사평역에서'로 중앙일보 신춘문예 통해 등단▶시집 '사평역에서' '참 맑은 물살' '꽃보다 먼저 마음을 주었네' 등 출간▶현 순천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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