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내 진짜 모습을 찾아 가는 심리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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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회적 가면을 벗고 내 안의 진짜 얼굴을 찾아 떠나는 심리 여행’이란 긴 부제가 붙어있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의 ‘원형(原型ㆍarchetype) 이론’에 바탕을 둔 심리 탐구서다. 융이 말하는 ‘원형’이란, 인간의 정신에 깊이 뿌리박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강력하게 남아있는 일정한 양식을 뜻한다.

이 책은 한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여섯 개의 원형으로 ‘고아’ ‘방랑자’ ‘전사’ ‘이타주의자’ ‘순수주의자’ ‘마법사’를 들고 있다. 누구나 이 여섯 개의 얼굴을 내면에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책은 “어느 한 원형도 억제되거나 과도하게 작동해서는 안된다”며 조화와 균형을 강조한다.

고아의 원형이 너무 많이 나타나면 자신을 갖가지 상황의 희생양으로 몰아간다. 방랑자의 원형은 모든 일에 거리를 두게 돼 필요한 도움을 얻을 수 없게 만들고, 전사의 원형은 과도한 성취에 집착하게 한다. 또 이타주의자의 원형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어주게 하고, 순수주의자의 원형은 현실 감각을 잃게 만든다. 마법사 원형은 자신의 힘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

특정 원형이 억제돼도 곤란한 건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전사의 원형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짓밟도록 내버려둘 수 있다.

꽤 전문적인 심리학 이론을 다루고 있지만 다양한 사례를 들고 있어 머릿속에 쉽게 들어온다. 하지만 아전인수격 해석이나 섣부른 적용은 위험하다. 일례로 ‘고아’의 원형이 지나치게 작용할 때 취하는 해법을 보자. “고통의 원인은 자신의 외부에 있다고 인식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 사회적 조건, 또는 부모에게서 그 고통이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게 해 스스로를 탓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법은 스스로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고통을 해결하고 극복할 때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심어준다.”(39쪽) 오남용의 부작용이 무서울 듯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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