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기부금입학」 결론”/경찰/재단·학교차원서 조직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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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작년부터 재정 갑자기 호전/2년치 답안지 4만여장 “증발”
광운대 부정입학은 재단의 재정확보를 위해 학교차원에서 불법 기부금입학 형태로 이뤄진 대규모 비리라는 징후가 속속 드러나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관계기사 3,22,23면>
서울경찰청은 5일 이같은 판단에 따라 현재까지 드러난 윤모군(20·서울K고졸) 등 3명의 부정입학 대가로 조하희교무처장(53·수배중)에게 최종 전달된 3억원 등 입시전후 재단에 유입된 자금의 규모 등을 파악키 위해 모든 재단소유의 예금계좌의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특히 사건노출 직후인 2일 광운대 교무과에 보관중이던 92,93학년도 전·후기입시 수험생 1만1천여명의 컴퓨터 채점용 객관식 답안지(OMR카드) 4만5천여장이 조 처장과 교무과장 전영윤씨(55)에 의해 모두 없어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조씨 등이 컴퓨터조작을 통해 이뤄진 학교의 부정입학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답안지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이들의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전씨는 조 처장과 함께 2일 오후 행방을 감추었다.
대학의 기부금입학은 최근 일부 사립대가 미등록생 등의 결원보충 차원에서 허용할 것을 교육부에 건의한바 있으나 부정개입 소지 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재 법규상 금지돼 있다.
광운대는 최근까지 극심한 재정난을 겪어왔으나 92년이후 재원상 특별한 변동없이 학교에 대한 재단 전입금이 크게 늘었고,교내에 대형건물을 신축하는 등 갑자기 자금사정이 좋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재단 전입금의 경우 이전까지는 연 5억원을 밑돌았으나 92년도에는 전체 예산의 15% 수준인 20억원으로 늘었으며,금년에도 20여억원이 책정된 것으로 학교관계자에 의해 확인됐다. 또 학교측은 92년 4월 교내에 금년내 완공 목표인 10층짜리 연구관과 94년 6월 완공예정인 아이스하키장을 갖춘 대형 문화관 등 공사비 1백20억원의 대형건물 2개동을 착공,공사가 진행중이다.
현재 광운대 재단의 자체수익사업으로 조성되는 재원은 학교부근 광운테니스클럽과 서대문 소재 건물임대료 등 5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은 학교운영의 핵심인 조 처장이 아는 사람을 통해 평소 일선고교에 『내가 책임질테니 학생들을 모아달라』고 주문해왔으며 구속된 부정입학 대상 학생 모집 역할을 한 이두산씨(54·서울 강동고 교사)도 학부모들에게 『음성적이지만 기부금입학이 가능하다』고 꾀어온 점 등으로 미루어 학교측이 조직으로 변칙적인 기부금입학을 자행해온 것으로 보고 구속 또는 소환된 관계자들에 대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경찰에 연행된 교무계장 박주영씨(39)는 『지난 2일 조 처장과 전 과장이 교무과 금고 및 부속창고에 보관중인 2년치 OMR카드를 차에 싣고 어디론가 가져갔다』며 『지난해 8월에도 이들 카드를 태워 버릴 것을 논의한바 있었다』고 진술해 조직적인 부정범행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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