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994∼2000년 「4차 경제계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한국기업 참여 공식요청/경협창구 김달현 중심으로/남측기업인에 방북초청도/작년 12월 북경서 극비접촉
북한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인민경제발전 제4차 7개년계획에 남한 주요그룹들의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북한의 김달현부총리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방북초청장을 받아놓은 상태며 조만간 통일원에 방북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북한은 또 그동안 고려민족산업회(최정근)·금강산무역총회사(박경윤) 등 다변화돼 있던 남한과의 경협 창구를 국제무역촉진위원회로 단일화하고 남한기업의 담당자로 부부장급(남한의 차관)관리를 앉힌 한편 남북경협을 김달현중심체제로 일원화한 것으로 전해졌다.<관계기사 5면>
1일 관계당국과 재계에 따르면 북한의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8일부터 10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삼성그룹·럭키금성그룹의 고위 관계자와 비밀회동을 갖고 북한의 경제개발에 남한기업들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같은 요청은 김 부총리가 지난해 12월11일 개최된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경제계획을 수립·감독하는 국가계획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임되기 바로 직전에 이뤄진 것이어서 크게 주목된다.
남한기업인들과의 비밀회동에는 김 부총리외에도 이성대 대외경제위원회 위원장·이성록 대외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국제무역촉진위원회의 남한 담당자 등 북한의 경제개방을 책임지고 있는 주요 인사 5명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총리는 『비단 제4차 7개년계획뿐만 아니라 올해 북한의 각종 경제계획에도 삼성과 럭키금성이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부총리는 『그동안 북한경제의 실상이 외부에 너무 알려지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실상을 알리면서 대외경제개방을 추진해나가겠다』면서 『남한기업이 원하는 곳은 북한의 어디든지 들어 가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또 『나진·선봉지역은 앞으로 동북아의 요충지 역할을 충분히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한기업들이 이 지역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단기적으로 남포 주변에서 임가공사업을 펼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총리는 특히 북한은 현재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이 시급한만큼 남한기업들이 각종 설비를 북한에 올려보내 북한의 값싼 노동력으로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임가공사업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과 럭키금성그룹의 관계자는 각각 전자·생필품·화학공장 등을 북한에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북한은 이밖에 다른 주요기업들에도 참여 요청서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북측이 대남경협선을 다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 관계자들은 올 상반기중으로 한국기업을 포함한 외국인들의 투자와 관련해 각종 시행세칙을 마련,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