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엿새 앞두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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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천연색 입체영화
다시 찍을
필름으로
봄, 봄, 어느 길로
이 강산
오실까요.
배낭에
꽃빛 잎빛 돈 다발
한껏 채워
오실 까요.
저자는 아직 이리
영하 10도
얼음판인데,
난로 없는
중소업체들
동상 들어
문드러지는데,
답게 봄
오긴 오시는지요
와서 봄
돈 될까요.

<시작메모>
오늘이 없다면 어제와 내일이 있을 수 있을까.
언제나 현재는 과거를 만들어 왔고 미래를 잡아당기었다. 그것이 인류의 역사였다.
나는 시조를 오늘의 우리 삶을 바닥으로 깔고 써 왔다. 누구에게나 현실은 어려운 생업의 발판이라는 점에서.
때문에, 나는 나의 오늘과 우리의 오늘이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의식으로 겹쳐 있어 사무치는 일을 조금도 소홀히 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존재다.
어떤 크나큰 기업의 상징존재가 대권에 도전했을 즈음, 그 반대급부인 중소기업의 대표들 중에 부도를 내고 적지 않게 잠적했거나, 감옥으로 갔거나, 자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조는 그 때문에 쓰여진 것이다.

<약력>
▲1939년 경남 고성출생
▲1964년『시조문학』천료 등단
▲1992년 중앙시조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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