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주자 6인 회동 "단일 정당 만들어 단일 후보 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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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 귀빈식당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카메라 플래시 속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천정배.김혁규 의원 등 범여권 주자 6명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비노(非노무현).친노(親노무현) 진영의 대표 주자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국민 경선에 합의했다. 6인 연석회의를 주재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드디어 대통합의 물꼬를 텄다"며 오랜만에 굳은 표정을 풀었다.

범여권이 대선을 앞두고 전열을 꾸리기 시작했다. 주자 6인이 발표한 합의문은 '단일 정당을 만들어 국민경선으로 단일후보를 뽑는다'는 게 요지다. 이를 위해 대통합 신당 창당에 참여하고, 경선 준비는 국민경선추진협의회(국경추)에 맡긴다는 것이다. 범여권이 후보 중심의 경쟁 구도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출발부터 비노-친노 진영 간 미묘한 시각차가 엿보인다. 손 전 지사는 회의에서 "선진.평화를 지향하는 미래세력이 새정치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장도 "통합민주당과 탈당파 등으로 분열돼 있는 정파 간 통합도 진전돼야 한다"며 특정 정파의 배제 없는 통합을 강조했다.

4일 범여권 대선 예비 후보들이 한자리에 모인 '6인 연석회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오른쪽부터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 손학규 전 경기지사. [사진=조용철 기자]


반면 친노 진영의 김혁규 의원은 "합의문엔 대통합 신당이라는 형식만 있지 신당의 노선.방향 등 내용은 없다"며 열린우리당을 '개별 탈당'하는 방식으로 대통합 신당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알렸다. 대통합 신당엔 '당 대 당 통합' 형식으로 열린우리당이 들어가 참여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전 총리 역시 "저수지를 만들어 배를 띄워야 한다"며 대통합을 강조했지만, 당 대 당 통합으로 열린우리당이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단일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 룰을 둘러싸고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여론 지지도에서 앞서는 손 전 지사 측은 필요하다면 여론조사도 실시, 민심을 최대한 반영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내 기반과 조직을 갖고 있는 친노 주자들 쪽에선 당심과 민심을 기술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본격적인 경선 룰 협상이 시작되면 이견이 쉬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손 전 지사는 6인회의 후 통합민주당 박상천.김한길 공동대표와도 따로 만났다. "중도개혁 세력의 대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총론엔 의견을 같이했지만 각론에선 입장차를 보였다. "대통합을 하라는 게 민심"이라는 손 전 지사의 말에 박 대표는 "잡탕식 대통합은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채병건.김성탁 기자<mfemc@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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