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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27) 서울 강동갑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원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의 둥지를 떠난 ‘독수리 5형제’의 맏형, 이부영(61) 열린우리당 의원이 당권을 노리고 있다. 지난 12월 29일 있었던 열린우리당 중앙위의장(당 대표) 예선전에서 그는 정동영 의원·김정길 전 의원과 함께 3강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밖 신당 추진 그룹(개혁당·통합연대·신당연대) 인사들 중 유일한 본선 진출이다. 이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하려면 내가 과연 어떻게 쓰여져야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당의장 경선 출마는 그런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당선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한나라당을 뛰쳐나온 우리 다섯 사람의 결단이 자칫 좌절될 수도 있었던 신당 운동의 물꼬를 텄다”면서, “열린우리당의 오늘을 만든 한 사람으로서, 우리당이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활짝 꽃 피울 수 있도록 몸을 던져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1월 11일 있을 본선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랬을 때 입을 정치적 타격을 그로서는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슬쩍 찔렀더니 “다선 중진으로서 의당 메야 할 총대를 메는 것”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위해 이부영의 정치생명을 올인하는 겁니다. 정치권에 선수(選數)를 막론하고 ‘말년 병장’ 몸조심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지만,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올 때 그런 생각을 버렸어요. 당당하게 나서 씻을 건 씻고, 할 말은 하겠습니다. 우리당은 여러 세력이 함께 모여 만든 통합정당입니다. 당의 정체성을 세우고, 우리 정치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하다면 담담히 저 자신을 희생시키겠습니다.”

당의장 경선 후의 지도체제에 대해 그는 “지역, 세대, 계층에 과거의 정치적 행보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반영하는 레인보우 형태의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다가서는 정책을 펴되 실기하지 말고 신당다운 역동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지역과 세대, 계층과 성별을 뛰어넘어 통합과 개혁을 지향하는 다양한 세력들이 모여 만들어진 정당입니다. 그런 만큼 국민통합의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지도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다양한 빛깔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무지개빛 ‘레인보우 군단’이 바로 그런 지도부라고 할 수 있죠.”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매주 토요일 새벽 2시간여 동안 지역구인 강동갑의 거리를 청소한다. 그는 “새해를 맞아 말끔히 청소한 거리처럼 우리 정치권이 맑고 깨끗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96년 15대 총선 당시 3김 지역주의 정당의 위세 앞에 스러진‘꼬마 민주당’이 품었던 꿈을 이번엔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주의를 극복한 국민통합정당, 체계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개혁 정당,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는 통일 정당이 그것이다. 그는 이것이 바로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이고, 이를 확보할 때만 ‘갈라진 민주당의 이미지’, ‘대통령의 당이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변했다.

“정치개혁의 요체는 지역주의 극복과 깨끗한 정치 구조의 정착입니다. 그런데 이 두 과제는 서로 동떨어진 게 아니라 연동하는 관계예요. 지역주의가 온존하는 한 아무리 제도를 완벽하게 고쳐도 깨끗한 정치가 뿌리내리기 어렵습니다. 지난 시절 우리 정치의 경험이 이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15대 총선에서 당시 통합민주당이 참패하고 97년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 두 맹주가 DJP연대를 결성하자 그는 민주당과 합당한 한나라당에 몸을 담는다.

“두 김씨에 비해 이회창·조순씨가 덜 부패하고, 덜 지역주의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후 한나라당에서 나름대로 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썼구요. 물론 과거 걸었던 길에서 일정하게 비켜나 있었던 게 사실이고, 두 번의 대선 패배를 통해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저로선 불행한 선택이었고, 이에 대해서도 심판을 받아야죠.”

그는 열린우리당이 이른바 전국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을 확실히 하는 한편 승리를 굳히는 골든골(연장전에 들어가 어느 한 팀이 먼저 득점하면 경기가 끝나는 서든 데스 방식에서, 상대 팀보다 먼저 넣는 골)이 터져야 한다고 말했다.

“어느 당에도 마음을 못 주는 부동층이 40%가 넘습니다. 이분들을 허공을 떠도는 꿩에 비유한다면 꿩 잡는 매가 필요합니다. 승리의 골든골을 터뜨리는 골게터의 소임을 한 번 해 보고 싶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그는 12년 정치적 동지였던 김충환 전 강동구청장 등과 그의 텃밭인 강동갑에서 일전을 치른다. 그로선 더 큰 꿈과 포부를 향한 예비 관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저의 마지막 정당입니다. 어려운 시대를 뚫고 달려온 열정과 지혜를 바쳐 우선 17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겠습니다. 그 후 해방 100년의 화두인 평화-통합-개혁의 주춧돌을 놓겠습니다.”

김경혜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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