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편도염|최종욱 교수<고려대학의대·이비인후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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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문>
오는 3월에 취학할 7세 남자아이의 어머니다.
아이가 항상 입을 벌리고 있고 잠잘 때 코를 많이 골며 때로는 숨을 쉬지 않아 놀라는 경우도 있다. 감기가 자주 걸리고 편도가 부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자꾸 재발된다.
유치원에서 학예 발표 등 조금만 무리하면 열이 나고 편도가 부어 고생했으며 지난해 가을에는 급성중이염도 앓았다.

<답>
질문자의 호소로 보아 만성편도염으로 생각된다.
소아에게서는 편도가 만성염증으로 부어 있으면 코와 목이 연결되는 부위에 있는 인두편도까지 함께 비대해지는 아데노이드 비대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구강호흡을 하게 되고 코를 많이 골며 1년 내내 감기가 떨어질 날이 없다. 심하면 축농증·중이염으로 진행되고 간혹 관절염·신장염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편도선이란 원래 인체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아주 중요한 1차 방어 벽이다. 림프조직으로 구성된 편도선은 상기도의 다섯 군데에 원형으로 분포해 세균이나 바이러스,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일을 한다. 3세 이하에서는 그 기능이 아주 활발하나 점차 크면서 기능이 소실돼 사춘기 이후엔 기능적으로 퇴화하게 된다.
특히 감기를 자주 앓게 되면 그 방어기능을 잃고 초토화상대인 만성염증 상태에 놓이게 된다. 만성염증에 빠진 편도선은 계속 비대해져 오히려 상기도 감염의 원인이 된다. 만성편도염의 정도가 심해지면 구강호흡을 하게 되고 항상 감기·중이염을 앓거나 심하게 코를 골아 편도수술을 반드시 해야 하는 상대가 된다.
보통 약물치료를 권하고 있으나 심한 경우 최근 개발된 레이저를 이용한 편도수술을 하면 출혈·통증이 거의 없는 무혈·무통 수술이 가능하다.
1차 방어 벽인 편도선을 제거하면 많은 문제점이 생길 것으로 보이지만 다섯 군데 편도선 중 가장 말썽을 일으키는 구개편도와 인두편도인 아데노이드 만을 제거하기 때문에 나머지 세 군데 편도조직이 1차 방어역할을 완벽치 할 수 있다.
어쨌든 소아에게서 호흡기질환의 시발점이 되는 만성편도염이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을 때엔 전문의와 상담, 수술 여부를 결정해 소아의 상 기도를 건강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정리=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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