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사랑받는 친절한 경찰(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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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민친절운동」에서 최우수파출소로 뽑혀 직원전원이 1계급 특진하게 된 서울 마포서 서교파출소의 이야기는 오랜만에 접하는 흐뭇한 소식이다(어제 중앙일보 23면 보도). 경찰하면 공연히 두렵고 트집이나 잡는 귀찮은 존재로까지 인식되기도 하는 현실속에서 서교파출소의 경찰관들은 경찰도 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경찰관들은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관들의 책무가 질서유지만이 아니라 시민에 대한 봉사에도 있음을 모르는 경찰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은 고되고 봉급마저 넉넉지 않고 보면 「친절과 봉사」는 뒷전으로 밀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경찰의 불친절과 위압적인 태도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경찰관들은 흔히 이렇게 항변해왔다. 『누가 몰라서 못하나. 여건만 좋게 해줘 봐라. 우리도 좋은 소리만 듣고싶다.』
경찰관들의 이런 항변도 일리는 있다. 「광에서 인심난다」는 속담처럼 근무여건이 좋아진다면 「친절과 봉사」의 여유도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친절과 봉사가 꼭 좋은 여건과 여유에서만 생겨난다고 생각하는건 지나친 자기합리화다. 경찰관이란 그 직업적 특성상 부보다는 명예를 추구하는 직업이다. 설사 물질면에선 남보다 뛰어나지 못할지라도 사회의 질서유지에 한몫을 하고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데서 사회의 평가도 받고 스스로도 정신적인 만족을 얻는 직업인 것이다.
서교파출소 직원들의 친절·봉사가 돋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은 친절·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마련해달라고 하지 않고 「친절」과 「봉사」부터 했다. 쉽고도 어려운 일인 바로 이 순서의 뒤바꿈이 지역사회에는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들에게도 큰 기쁨과 만족감을 안겨준 것이다.
서교파출소가 「친절·봉사」를 위해 낸 갖가지 아이디어와 실천사항들은 내부적인 작은 노력이 시민사회에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키는가 하는 것을 재인식시켜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민원서류 서식비치,반말 안하기 같은 것들은 실은 당연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동안 거의 실천해오지 않았었고 실천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인데 막상 실천을 하고나니 뜻밖에도 경찰 전체의 인식마저 바꿔놓을 수 있는 의미가 큰 일임이 증명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친절·봉사운동이 더욱더 확산되고 체질화되어 경찰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물론 서교파출소직원들의 「친절·봉사」운동에는 위로부터의 독려와 파격적인 포상도 자극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계기가 무엇이든 경찰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건 시대의 요구이기도 하다. 경찰 스스로의 변신노력이 선행될 때 국민의 사랑과 함께 근무조건의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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