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 「일원화」입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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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시장규모 커져 경쟁체제로 바꿔야/중공업 4사/누적적자 많고 시행된지 불과 3년/상공부·한중
공기업인 한국중공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한국전력의 발전설비를 한중으로 일원화한지 만 3년만에 현대와 삼성 등 민간기업이 일원화조치의 해제를 강력히 주장,정부와 민간업체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현대·삼성·대우·한라 등 중공업 4사는 최근 발전설비 독점체제의 개선을 요구하며 한국발전공업협회(가칭)의 설립을 추진해왔는데 지난 13일 상공부가 이들 업체의 대표를 불러 협회창립 불허방침을 통보하자 차기정부가 들어선뒤 협회창립을 재추진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창고」로 불릴만큼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한중은 78년 현대양행으로 설립된뒤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누적적자가 4천7백억원에 이르러 89년 민영화를 추진했으며 결국 두차례의 공개입찰에도 불구하고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자 90년 2월 공기업으로 존속키로 하고 한전의 발전설비를 한중으로 일원화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당시 발전설비 일원화의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은데다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발전설비시장규모가 2005년까지 45조원에 이르는 등 예상보다 커지자 삼성·현대중공업 등 민간업계가 이의를 제기했고 발전설비의 주문처인 한전 역시 발전설비의 단가가 경쟁입찰때보다 비싸다며 일원화조치의 철회를 요구해왔다.
민간업체들은 특히 한중이 한전으로부터 수주한 물량(91년 7천억원)의 40% 가량을 다른 업체에 하청을 주자 발전설비사업의 효율성제고를 위해 경쟁체제로 가야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상공부와 한중은 『한중의 경영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 누적적자가 3천2백억원(92년말 현재)에 달하고 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발전설비를 다원화한 국가는 경쟁력을 잃은 반면 특정회사를 육성한 나라는 경쟁력을 강화해 다른 나라에 발전설비를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공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한 일을 3년밖에 안돼 뒤집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맞서고 있다. 민간업체의 협회설립과 발전설비사업 참여는 주무부처인 상공부의 부정적인 자세로 일단 무산된듯 보이지만 정부내에서도 경제기획원이 경쟁체제 도입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고 있고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고 있는 민간업계의 참여의지가 워낙 강해 새정부가 들어선뒤 또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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