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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세 덜 내고 더 적게 돌려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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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은행원 최모(40)씨는 연말정산을 통해 올 초 290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았다. 자녀 교육비, 보험료, 신용카드, 의료비 관련 서류를 챙겨 제출했더니 예상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은 것이다. 하지만 최씨는 이렇게 많은 돈을 돌려줄 바에야 왜 애초부터 세금을 덜 걷지 그랬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이처럼 근로소득자가 실제 부담해야 할 세금보다 많은 돈을 미리 납부하고 나중에 환급받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재정경제부가 근로소득세 간이세액표를 개정하기로 했다. 원천징수를 적게 하되 그만큼 추후에 적게 환급받는 방식인데 실제 세부담에는 변화가 없다.

 ◆원천징수액의 30%는 ‘더 걷은 돈’=간이세액표란 회사가 근로자에게 월급을 줄 때 연봉 수준 및 가족 수를 감안해 소득에서 원천징수할 근로소득세를 미리 계산해 놓은 표다. 근로자는 이 표를 기준으로 매달 원천징수된 세액과 나중에 연말정산을 통해 확정된 세금을 비교해 차액을 돌려받거나 더 내게 된다.

 하지만 매년 근로자들은 실제 납부해야 할 세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내고, 연말정산 때 더 낸 세금을 돌려받아 왔다. 그 결과 2005년의 경우 근로자가 최종 납부할 세액은 9조8000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원천징수된 금액은 13조7000억원으로 40%나 초과 징수됐고,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준 차액만 4조5000억원에 달했다. 2003년과 2004년에도 28%나 더 걷혔다.

 이를 바꿔 그간 부양가족이 2인 이하인 경우는 120만원을, 3인 이상인 경우는 240만원을 일률적으로 공제하던 특별공제를 2인 이하는 ‘100만원+총급여액의 2.5%’, 3인 이상은 ‘240만원+총급여액의 5.0%’로 공제폭을 조정했다. 월급에 비례해 공제를 많이 해주는 방식으로 원천징수액을 줄인 것이다.

◆연봉 5000만원 원천징수액 42만원 줄어=부인과 20세 이하 자녀 2명을 둔 근로소득자의 연 급여가 3000만원이라면 매달 미리 떼이는 원천징수세액은 현행 3만3570원에서 2만6590원으로 6980원(20.8%) 줄어든다. 연간으로 8만4000원을 덜 내게 된다(표 참조). 일부 저소득층은 원천징수액이 확 줄면서 연말정산 후 세금을 더 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재경부는 관련 시행령을 7월 중 고치고 8월에는 민간회사에서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올해 근로자들이 먼저 낸 세금을 앞으로 걷는 원천공제액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11년째 묶여 있는 근로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정부가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내놓은 조치”라며 “원천징수액을 줄이고 추후에 덜 돌려주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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