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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광 휩싸인 바그다드 밤하늘/미,이라크 2차공격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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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천장무너진 호텔서 미 미사일 파편 발견/반미구호속 “전쟁없는 생활은 우리의 꿈”
걸프전 발발 2주년인 17일 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단행,수도 바그다드 일원이 또다시 포연에 휩싸였다.
유엔사찰단의 안전입국보장 거부를 이유로 지난 13일 이라크 남부공습이후 나흘만에 재개된 공격은 영국·프랑스 등 다른 동맹국들이 공격에 참가하지 않아 임기 막바지의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간의 감정싸움 성격이 짙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획득저지를 위해 공격했다는 바그다드 인근의 공장은 핵농축시설용 전기부품공장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오래전 가동이 중지된 곳으로 밝혀져 이같은 진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바그다드의 밤하늘은 지상에서 날아 오르는 대공포화가 작렬,섬광으로 밝게 빛나는 모습.
공습사이렌이 울리면서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바그다드 교외의 핵시설로 알려진 목표들을 명중시키고 있다고 보도된 시간,시내 중심가에 있는 알라시드호텔은 폭음과 함께 로비가 파괴되면서 파편들이 어지러이 난무.
외신 기자 등 외국인들이 주로 묵고 있는 이 호텔은 1층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여직원 2명이 깔려 숨지고 수십여명의 부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호텔이 미 미사일에 맞았는지,혹은 이라크측의 대공포탄이 지상에 떨어지면서 명중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라크측 한 종군기자는 현장에서 「잭슨빌,플로리다」라고 쓰여진 베어링 파편을 제시,미 미사일이 명중된 것이라고 주장.
○…한편 제42대 대통령인 빌 클린턴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5일간의 축제가 시작된 이날 미 국민들은 TV를 통해 워싱턴 포토맥 강변의 불꽃놀이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밤하늘을 밝힌 대공포화의 모습을 동시에 시청.
희망과 변화를 약속하며 밝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클린턴 취임축제는 후세인대통령의 성전 독려연설과 뒤섞여 얼룩지고 말았다.
○…한편 빌 클린턴 미 차기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전폭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고 이라크에 대해 걸프전 종전결의를 이행하라고 촉구.
20일 대통령 취임식 준비를 위해 이날 워싱턴에 도착한 클린턴은 성명을 통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계속된 도발행위가 적절하고도 강력한 응징을 받았다』고 지적하고 『부시대통령의 행동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천명.
클린턴의 공보담당 비서인 디디 마이어스도 『우리는 이라크가 유엔결의안을 이행할 때까지 계속 적절한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제2차 대이라크 공격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양국 국방부가 발표.
영국국방부는 『이라크내 목표물에 대한 공격은 오로지 미국측 수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영국 항공기나 장비는 일절 이 공격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방부도 이날밤 발표한 성명에서 『오늘밤 바그다드에 대해 이루어진 작전은 미국의 단독작전으로 프랑스는 이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천명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번 공격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는 달리 양국이 걸프지역에 배치,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이 없는 등의 기술적 이유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격에 앞서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대통령과 존 메이저 영국총리는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전화통화를 통해 이번 작전의 내용을 사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2차 공격이 감행되기 직전인 17일 오전 약 2만명의 이라크 국민들은 수도 바그다드 시내에서 걸프전 발발 2주년 기념식을 갖고 연합군의 공격에 대한 항의시위를 개최.
후세인대통령은 이날 90분여의 대국민 TV연설에서 『투쟁과 지하드,그리고 희생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며 이라크 국민들의 대미항전을 거듭 촉구.
한 시위자는 『우리는 미국 전투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전쟁없는 생활은 우리의 꿈』이라고 심정을 밝혀 이라크가 이란과의 8년 전쟁,걸프전 및 이에 따른 유엔 경제제재조치 등으로 상당한 고통에 처해 있음을 시사하기도.
시위대들은 「유엔의 경제제재조치가 풀리지 않고 있는데 인간다운 생활이 어떻게 가능한가」,「살인자 부시」,「미국에 저주를」 등이 적힌 깃발을 들고 다녔다.
○…이라크 TV는 후세인대통령이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당한 사람들을 방문하는 모습을 방송하면서 사상자들이 주로 민간인들이라고 주장.
한 이라크 민방위 관리는 외국기자들이 체류중인 알 라시드 호텔이 피격당하면서 2명이 죽고 27명이 부상했다고 말했는데 이라크통신(INA)은 앞서 이 호텔의 여종업원 1명이 죽고 30여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었다.
바그다드의 야르무크 병원측은 이번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해 현재 영안실에 안치돼있다고 확인했는데 이 병원 의사인 아델 알 만수리는 16명의 부상자가 입원중이며 이중 2명의 어린이 환자는 중태라고 덧붙였다.
○…국제이슬람회의 참석차 이 호텔에 투숙중 미군기의 공습을 생생하게 겪은 한국인 이윤우씨는 『현지시간 밤 9시15분과 30분사이 갑자기 폭음과 함께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일어나보니 유리창이 다 깨지고 유리파편이 온방을 덮었다. 옷을 입고 ABC방송단이 묵고 있는 옆방에 가보니 기자 한사람이 오른쪽 무릎아래를 다쳐 「도와달라」고 했다. 그를 데리고 내려가보니 로비는 완전히 파괴돼 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미국놈들 만나기만 하면 다 죽이겠다』고 소리치는 등 격렬한 반미감정을 노출.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 일본 외상은 『미국의 이라크 재공격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일 언론이 18일 보도.
스페인을 방문중인 와타나베외상은 17일 밤 일 수행기자들에게 『이번 공격이 불가피했다』면서 이라크가 유엔안보리 결의를 준수토록 촉구.
한편 일 외무성 관리는 이번 2차 공격 개시전에 미국으로부터 계획을 사전 통보받았다고 언급.
○…호주는 크루즈미사일을 동원한 미국의 바그다드 공격을 지지한다고 존 커린 외무장관 대행이 17일 발표.
외무부 대변인도 이와 관련해 이번 공격에 대한 호주의 태도가 연합군이 이라크 남부 미사일기지를 공습했던 지난주와 불변임을 강조.
○…쿠웨이트는 후세인대통령을 「모든 우둔함의 아버지」라고 비난하며 이라크의 보복공격에 대비해 쿠웨이트군을 경계태세에 돌입시켰다.
쿠웨이트의 세이크 사우드 나세르 알 사바 공보장관은 이날 미국의 2차공격후 기자회견에서 후세인의 행위에 대해 『그것은 인간이 얼마나 정치적·군사적·정신적으로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똑같은 이야기들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쿠웨이트가 관계되는 한 나는 그를 모든 우둔함의 아버지로 부르겠다』고 말했다.<외신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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