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응징으로 끝나야 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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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영·불 등 걸프전의 서방동맹 3국은 14일 새벽 이라크남부의 미사일기지에 대한 기습공격을 가해 중동에 다시 전운이 일고 있다. 공격규모나 피해수준은 아직 분명하지 않으나 연합군전투기 1백10대가 폭격에 참가한 것으로 보아 비록 한정적인 작전행위에 그치더라도 이라크측의 군사적인 피해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서방연합군의 이라크 공습은 이라크영토로 진격하여 지상전을 벌이거나 이라크의 항복을 받기 위한 무제한의 전쟁행위는 아니다. 다만 이라크가 유엔결의를 무시하며 미사일공격태세를 강화하는 등 도발행위를 계속하므로 이를 억제하기 위한 무력응징의 성격이 짙다.
피격직후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이 「제2의 성전이 개시됐다」고 결전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전반적인 상황으로 보아 그것은 후세인 특유의 허장성세일 가능성이 크다. 서방측도 첫번째 공격을 마친후 재공격을 멈추고 이라크의 반응을 기다려 보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당장 「제2의 걸프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긴장상태가 상황에 따라서는 언제라도 전쟁상태로 확대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후세인은 이번 응징에 대해 굴복하는 인상을 국내외에 주지 않으려고 하는데다 미국 등 연합군측은 언제든지 재공격을 할 수 있는 태세로 군사력을 배치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2의 걸프전쟁은 가급적 막아야 한다. 전쟁 자체가 인간에 대한 가혹행위일뿐 아니라 중동은 석유의 주산지라는 점에서 그렇지 않아도 악화된 세계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 세계는 전반적인 평화시대를 지향하고 있다. 이 지역의 분쟁이 비록 국지적 성격을 띤다해도 중동의 지정학적 여건이나 세계질서 재편기 미국의 태세로 보아 그 파장은 얼마든지 확대될 수 있다.
먼저 후세인대통령은 이라크의 전쟁능력의 한계를 자각하고 호전적인 무력도전을 포기,유엔결의를 준수하고 이웃 나라들과 평화적으로 공존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패배가 자명한 무력도발로 국력을 낭비하고,국민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국가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 후세인은 개인의 체면보다는 국가이익과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도량있는 지도자가 돼야 할 것이다.
연합군측은 또 이라크의 도발이 있다해도 무력의 과잉행사를 통해 다시 전쟁으로 확대되고 이것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행동의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라크에 대한 무력응징은 이라크로 하여금 국제적인 룰을 지키고 평화를 저해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선을 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재발은 꼭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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