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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고 불편해도 갖고 싶어' 미 전역 아이폰 광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가를 내고, 밤을 새우고, 줄을 서고….

필라델피아 시장부터 캘리포니아 17세 소년까지 애플사의 휴대폰 '아이폰(iPhone)"을 손에 넣으려는 미국 소비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사진=아이폰 공식사이트

애플사가 29일 (현지시간)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이 미 전역을 구매 광풍에 몰아넣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CNN 등 현지 언론들이 잇따라 보도했다.

아이폰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이상열기는 '아이 컬티스(iCultisㆍ아이폰에 열광하는 이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를 일컫는 말)'라는 신조어까지 등장시키며 미국 사회에 이색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아이폰은 국내 제품인 LG의 '프라다폰'과 SKY의 일명 '붕붕폰' 처럼 터치패드 스크린으로 조작하도록 한 최신형 휴대폰이다.

아이팟 뮤직 앤 비디오 플레이어와 웹브라우저 기능을 갖췄다. 애플은 AT&T와 2년 계약 조건으로 휴대폰을 생산했다. 아이폰 가격은 개당 4GB가 499달러, 8GB가 599달러다.

화면=뉴욕타임스 인터넷판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이날 오후 톱기사로 "뉴욕 등 여러 도시에서 수 많은 사람이 아이폰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는 맨해튼 5번가에서 하루 전부터 밤을 새우며 기다린 50대 남성이 "수 천명이 기다리고 있어 내가 살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이 담겨있다. 아이폰 구매를 위해 휴가를 냈다는 재즈 음악가와 '아이폰 살 사람들의 줄'이라는 표지판까지 만들어 결국 첫 번째 구매자가 된 17세 소년의 사연도 실렸다.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의 전 파트너였던 스티브 오즈니악과 필라델피아 시장도 새벽잠을 설치고 나와 백화점 앞에 줄을 섰다.

CNN 머니는 "1만 8000명의 애플 직원들에게 반가운 소식과 안타까운 소식이 동시에 전달됐다"며 "반가운 소식은 모든 직원들이 아이폰을 공짜로 받게 된다는 것이고, 안타까운 소식은 받기 위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폰 구매 광풍을 보는 시선이 모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이폰이 가격도 비싸고, 문자메시지도 보낼 수 없는데다 AT&T사를 통해서만 네트워킹할 수 있는데도 소비자들이 계산 없이 종전에 쓰던 휴대폰을 폐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T모빌과 버라이즌 등 이동통신 회사들은 애플과 AT&T가 내놓은 아이폰 때문에 울상을 짓고 있다. 소비자들이 위약금을 내고서라도 아이폰으로 바꾸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싸고 불편하지만, 탐나는 전화기 '아이폰'은 29일과 30일 이틀간 20만대 이상 팔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은 힘이 세다'. 깜찍한 디자인으로 세계 MP3P 시장을 석권한 아이팟에 이어 마니아들의 소유욕을 자극한 아이폰으로 애플사가 다시 한 번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박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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