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했지만 매혹적 여우"|친딸이 본「마를레네 디트리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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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그가 걸음마를 할 때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려 하면 엄마는 블라우스 앞이 구겨진다고 야단치며 물리쳤다. 7세 때까지 그 꼬마는 매일 아침 엄마와 함께 밤을 보낸 남자들과 아침을 먹어야 했다. 그는 또 15세 때 엄마의 동의아래 양성의 자신의 유모로부터 강간당한다.
이처럼 잔인하고 기괴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어머니와 관련해 회상한 책『마를레네 디트리히』가 지난 연말 영국 런던의 부름스베리 사에서 출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저자는 92년에 파리에서 90세로 작고한 마를레네 디트리히의 친딸인 마리아 리바 여사.
『나의 어머니는 끝없이 남자와 사랑하고 헤어졌습니다. 어머니의 생은 비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자신이 만든 신화 속 인물이어야 했고, 세상이 그를 또 부추겼습니다.
세상은 말도 안 되는 어머니의 거짓말까지도 활자화했습니다』
뛰어난 여배우로서의 디트리히를 존경하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특히 어머니로서는 존경도 사랑도할 수 없었다는 딸. 그는 오히려 어머니에게 유감과 연민을 크게 느낀다고 고백하고 있다.
『우리는 여왕을 사랑하지는 않지요. 단지 그를 위해 봉사하고 그를 기쁘고 만족스럽게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지요. 어머니는 우리의 여왕이었어요. 어머니는 결코 울지 않는 강하고 무정한데가 있는 성격이었어요.』
실제로 디트리치는 그가 한때 사랑했던 배우 율 브리너가 암인 것이 일반에 알려지자 딸인 마리아에게 쓴 편지에「그가 암이란다. 헤어진 후 밝혀진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라고 쓴바 있다. 또 함께 살던 배우 존 길버트가 심장병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티트리히는 함께 산 흔적을 없애느라 조용히 그의 아파트를 드나들었다고 딸은 밝히고 있다. 50대 후반에도 딸보다 훨씬 아름다웠던 그는 딸 마리아가 22세에『불타는 유리』의 히로인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을 때 자랑스럽게 딸과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그 사진을 실은 기사의 사진설명은 오른쪽이 어머니라고 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머니에 관해 책을 쓴 동기는 결코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매혹적인 시대를 살았던 매혹적인 여인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였다」고 밝히는 마리아의 책은 놀랄 만한 객관적 자세를 견지한데다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기록할 수 있을까 싶게 정확하고, 학교라곤 가본 적이 없는 그가 문장마저 뛰어나 또 다른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작고할 당시 모든 편지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일대기 쓰는 일이 수월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거짓된 구석이 많았던 사생활과는 대조적으로 정직하고, 한 남자와 결혼한 후 45년간 지속된 결혼 생활에서 4명의 자녀를 낳아 키운 그는 어린 시절 어두운 기억이 상처로 남아 있지만 그래서 불행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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