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씨 왜 장기외유 하나/사업전념·은퇴준비 속뜻 해석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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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통령선거후 포항제철과 박태준명예회장의 진로가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명예회장은 포철의 창립이래 지금까지 포철의 굳건한 방파제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정치적 입지가 모호해지면서 포철의 위상과 경영에도 변화가 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박 명예회장은 대선과정에서 민자당 탈당 등 사실상 「반YS」입장을 취했고 대선전날에는 민자당의 사신공개에 반발,의원직사퇴서까지 내는 행보를 보여 새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놓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박 명예회장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기에 다시 장기외유를 하고 있어 사업에 전념하겠다는 것인지 은퇴준비를 하는 것인지 그 속뜻에 대한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포철안에서는 장기전략사업은 박 명예회장이 계속 관여하더라도 어쨌든 「포스트 박」시대에 대비하여 온실속에서 커온 기업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대선선거일인 지난해 12월18일 50여일간의 장기외유를 마치고 귀국했던 박 회장은 25일 다시 출국,일본·홍콩·인도·스위스를 거쳐 현재 오스트리아에 머물고 있다.
그는 8일 오스트리아 대통령으로부터 세계 철강산업에 대한 기여와 관련,연방정부 은성대 명예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의 이번 외유는 이같은 행사와 원료공급선 및 지난해 10월의 포철종합준공식 참석에 대해 감사인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포철측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불편한 국내에서의 입지를 감안,일단 포철경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음을 표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새 정부가 포철과 박 명예회장을 분리시키는 사태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의 포철에 대한 집념이 워낙 강하고 포철 특유의 단결력이 있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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