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은 심장 합병증"… 한때 에이즈 소문도 61년 망명, 빼어난 용모·우아한 춤 관중매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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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6일 타계한 「발레의 황제」러시아 태생 누레예프>
서방으로 망명한 러사아 태생의 금세기 최고 발레 무용가 루돌프 누레예프가 오랜 투병 끝에 54세를 일기로 6일 파리에서 숨졌다.
담당의사인 미셸 카느시는 성명을 통해 『누레예프가 중병에 따른 심장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밝혔으나 발레계에서는 한 때 그가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에 걸렸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지난 30년 동안 무대와 스크린에서 발레관객들을 황홀하게 만들어 발레 애호가들의 우상이 됐던 누레예프는 키로프 발레단에서 활동하다 지난 61년 파리 국제공항에서 극적으로 서방세계로 망명했다.
망명 후 누레예프는 60년대와 70년대 런던 로열 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 마것 폰테인과 전설적인 2인무를 형성, 20세기 후반 발레양상을 변모시켰다는 칭송을 받아왔다.
누레예프는 1938년 3월 군인인 아버지가 근무하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열차안에서 출생했다.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에서 발레댄서로서의 성장기를 거쳐 남자주연 무용수가 됐던 그는 61년 영국과 프랑스 순회공연 중 서방으로 망명했었다.
83년 파리 오페라단 감독에 임명돼 6년간 감독으로 일하다가 고용계약상의 분쟁으로 사임한 바 있는 그는 작년 10월 파리 오페라좌 공연 때 고별 출연을 해 관중들로 부터 10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후 자크 랑 프탕스 문화장관의 표창을 받고 나서 바깥세계와 두절했었다.
누레예프는 무대작품 뿐 아니라 『지젤』 등 수편의 영화에도 출연하여 루돌프 발렌타인과 발레의 시조격인 니진스키의 역을 맡아 그의 공연을 직접보지 못했던 전세계인들에게도크나 큰 감동을 안겨줬었다.
뛰어난 용모와 우아하고 정교한 테크닉 묘사로 「무용의 황제」라 불릴 정도로 대중들의 환호를 받아온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초인적인 노력」으로 빛나는 예술 세계를남겨 놓은채 사인마저 밝히지 못할 병으로 그의 길지 않은 생을 마감했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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