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사관 앞 「수요시위」(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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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들어 첫 수요일인 6일 낮 12시쯤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앞에서는 어김없이 「수요시위」가 벌어졌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소속 회원 50여명은 이날 진눈깨비가 내리는 차가운 날씨속에서도 30여분간 일제만행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대사관 정문앞에 늘어선 전경 20여명은 오히려 덤덤한 표정으로 이들의 시위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동안 알아주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만 우리마저 침묵한다면 일제가 저질렀던 추악한 만행은 영영 역사속에 묻혀버리겠지요』
15세 꽃다운 나이에 정신대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었던 강덕경할머니(65)는 『수요시위에 참석하는 것이 남아 있는 삶의 유일한 의미』라고까지 했다.
수요시위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월8일. 당시 강씨를 비롯,몇몇 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첫 집회를 연 이후 지금까지 만1년동안 모두 52차례 규탄시위를 벌였다.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참석인원은 고작 6∼7명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들의 외로운 규탄시위가 알려지면서 시민·학생 등이 가세해 지금은 50∼1백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말 어느날 많은 눈이 내려 하루 쉬자고 했으나 할머니들은 「무슨 소리냐」며 호통을 쳤어요.』
정대협에서 자원봉사하고 있는 윤미향씨(28·여)는 『이 시위에 대한 할머니들의 열의는 신앙과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매주 계속된 시위에도 일본 대사관측은 「지치면 돌아가겠지」라는 식의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주장관철을 위해 죽는 날까지라도 일본대사관 앞에서 계속 구호를 외치겠다는 다짐이다. 『일본은 사죄하라』고. 과연 언제나 「역사의 앙금」이 말끔히 가실까.<서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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