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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또 대규모 정전 … 50분간 지하철 '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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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7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대규모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사고로 지하철 운행이 큰 차질을 빚고 도로 신호등이 꺼지는 등 도시 기능이 일시 마비됐다. 50여 분 만에 전기가 다시 들어오긴 했지만 퇴근 시간대까지 지하철이 계속 연착되는 혼란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2003년과 2006년 정전으로 겪은 대혼란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정전으로 38만5000여 명이 직접적인 불편을 겪었다고 AP와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정전은 현지 시간 오후3시42분쯤 발생했다. 섭씨 32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 속에서 갑자기 전기가 나가자 학교는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고 긴급구조 대원들은 갑자기 정지한 엘리베이터 속에 갖힌 시민들을 구출하느라 애를 태웠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안에 있던 관람객들도 소개령에 일제히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건물 밖으로 나와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는 소동이 일었다.

뉴욕시 근처 알바니 지역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라구아디아와 존F케네디 공항에선 3시간 동안 항공편이 연착됐다.

뉴욕시의 전력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콘 에디슨 측은 "낙뢰를 정전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폭풍으로 퀸즈 지역의 변전소에 벼락이 떨어지면서 이곳과 연결된 브롱스와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전기가 잇따라 차단됐다는 것이다. 전력 회사 측은 "이런 사태가 다시 발생할 확률은 지극히 작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 시민들 사이에는 2003년과 2006년 블랙아웃(정전사태)으로 겪은 대혼란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이클 지아나리스 시의원은 "지난해엔 가장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7월에 정전이 발생했다"며 "올해엔 전력 수요가 피크에 달하기 전인 6월에 벌써 정전이 일어났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력회사 측은 "지난해 정전 사태 이후 14억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자해 설비를 개선했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지영 기자

◆2003년.2006년 블랙아웃=2003년 8월 14~15일 오하이오주 고압선이 폭풍으로 끊어져 발생한 정전 사태로 뉴욕 시민을 포함, 5000만 명에게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는 북미 사상 최악의 정전 사태로 기록됐다. 지난해엔 찜통 더위에 전력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며 전기가 끊겨 퀸즈 지역 주민 17만4000명이 에어콘과 냉장고 없이 일주일 이상을 더위와 싸우는 고통을 당했다. 책임 규명을 위해 시 의회가 콘 에디슨에 대해 조사에 나서고 청문회를 여는 등 정치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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