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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마피아 동원 카스트로 암살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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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60년 마피아를 동원해 피델 카스트로(사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독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CIA는 59년 카스트로가 쿠데타로 쿠바를 장악하자 다음해 로버트 매휴라는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을 통해 마피아 간부에게 암살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암살.납치 등 60, 70년대 CIA의 각종 불법 공작활동 내용을 수록한 극비문서가 26일 비밀 해제되면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매휴는 쿠바에서 도박장을 운영해 온 카지노 회사 대표로 위장해 조니 로셀리니라는 마피아 간부에게 15만 달러를 주겠다며 카스트로의 암살을 부탁했다.

로셀리니는 라스베이거스 일대에서 제빙기를 만들어 팔던 갱으로 두 사람은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에서 처음으로 만났다는 것. 당시 카스트로는 쿠바에서 번창하던 카지노를 모두 폐쇄, 업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 뒤 로셀리니는 매휴를 모모 살바토르 지안카나, 산토스 트라피칸이라는 또 다른 두 명의 마피아 간부에게 소개한다.

이들은 카스트로 암살에 적극성을 보이면서 주변 경호 등을 고려할 때 총 대신 독약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CIA는 강력한 독약 6알까지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암살범들은 카스트로 측근들을 매수, 음식.물 등에 독약을 넣으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수개월간의 시도가 불발로 끝나자 CIA는 독약을 모두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보석(Family Jewels)'이라는 코드명으로 알려진 문제의 600여 쪽짜리 문서는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인 73년 제임스 슐레진저 CIA 국장이 모든 불법 비밀공작을 조사해 보고하라는 지시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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